왜 이렇게 전자발찌 사고가 잦을까요.
절단기로도 끊을 수 없다던 전자발찌는 가위로도 쉽게 잘려 결국 도주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입니다.
전자발찌의 문제점, 김태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
지난 2010년 실리콘 재질에 철 성분의 스프링강을 집어넣은 3세대 전자발찌가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쉽게 잘린다는 지적이 나온 탓입니다.
"한 번 잘라보겠습니다."
▶ 인터뷰 : 강호성 / 법무부 보호관찰과장(지난 2010년)
- "앞으로 이 전자발찌는 공업용 도구를 통해서도 좀체 훼손이 어렵고…."
법무부는 이후에도 두 차례 더 강화된 전자발찌를 선보였고, 사실상 훼손은 불가능하다고 홍보해왔습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 개발된 5세대 전자발찌마저 흔히 구할 수 있는 가위로 쉽게 잘렸습니다.
▶ 인터뷰 : 정 모 씨 / 전자발찌 훼손 도주범(지난 4일)
- "다른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이걸 잘라버려야겠다. 너무 창피하고 화가 나서…."
창피한 생각이 들어 홧김에 훼손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전자발찌는 부착장치와 휴대용 송수신기, 재택감독장치 등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이 가운데 위치를 알려주는 송수신기가 없으면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입니다.
▶ 스탠딩 : 김태영 / 기자
- "이 때문에 어제 이곳에서 송수신기를 버리고 도주한 전과 13범의 성범죄자 박영진의 소재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 인터뷰(☎) : 서울보호관찰소 관계자
- "휴대용 장치와 수신교환이 이뤄져야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전자발찌만 착용돼 있을 때는 위치추적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전자발찌를 착용해도 위치가 잘못 전달돼 경보가 자주 울리는 오작동도 문제입니다.
부착장치와 송수신기가 분리돼 있고, 충전을 계속 해줘야 하는 등 허점이 많습니다.
▶ 인터뷰 : 이윤호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성폭력이라는 것은 공간이동의 문제가 아니라 착용자의 행위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의 전자발찌는 착용자가 어디서 어떤 행위를 하는지는 전혀 정보를 알 수 없다."
성범죄 재범률을 낮추자는 취지로 도입한 전자발찌도 좋지만, 정신과 치료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김태영입니다. [ taegija@mbn.co.kr ]
영상취재 :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