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여객선 세월호(6825t급)가 작년 3월 취항 이후 안개·파도 등 기상 여건 때문에 결항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인천항 선박출항신고정보에 따르면 세월호는 작년 3월 15일 취항 이후 침몰 당일인 지난 16일까지 총 124차례 인천항에서 출항했다. 인천∼제주 간 매주 2∼3회 운항 일정을 고려하면 결항이 거의 없었다.
세월호는 한국선급 주관 안전검사를 받은 지난 2월 10∼19일, 명절 휴항일, 풍랑 특보로 파도가 거칠었던 작년 10월 8일을 빼고는 전회 운항을 강행했다.
안개가 짙어 가시거리가 500m 이하일 때 인천지방해양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가 발효하는 시정주의보도 우연처럼 세월호의 출항을 피해갔다.
작년 7월 25일에는 세월호가 오후 6시 30분 출항하자 1시간 뒤인 오후 7시 30분 시정주의보가 발효됐다. 작년 5월 28일에는 세월호가 오후 6시 30분 출항했는데 시정주의보는 출항 2시간 뒤 발효됐다.
작년 5월 20일에는 세월호와 비슷한 규모의 청해진해운 오하마나호(6천322t급)의 출항시각과 시정주의보 발효 시각이 오후 6시 30분으로 같다. 오하마나호가 당시 승객 609명을 태우고 출항하자마자 시정주의보가 발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세월호 출항 당시 기상 여건이 좋았다가 출항 직후 갑자기 안개가 끼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세월호가 안개 때문에 발이 묶인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은 커지고 있다.
침몰 전날인 지난 15일에도 세월호는 짙은 안개로 발이 묶였다가 오후 8시 35분 시정주의보가 해제되자 오후 9시 출항했다.
운항 통제권자인 인천해양경찰서는 세월호 출항 전 시정주의보가 해제됐고 인천항 관제센터가 관측한 가시거리가 1마일(1.8km)이어서 출항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인천기상대가 관측한 가시거리는 800m여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해사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1km 이하일 때는 해경은 여객선의 출항을 통제해야 한다.
가시거리 측정은 시정계 등 관측장비보다는 육안관측에 의존하고 있어 관측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
세월호의 결항 일수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은 안개가 자주 끼는 인천항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를 제외하고 인천에서 가장 큰 여객선인 하모니플라워호(2071t급)는 날씨 때문에 결항한 날이 작년에만 약 30차례에 이른다.
여객선업계에서는 세월호가 결항할 경우 선사 측이 입는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에 운항관리실이나 해경이 안전운항에 큰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출항 통제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가 1회 결항하면 승객 400명을 기준으로 약 3000만원의 운임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평균 화물운임 7000만원을 합치면 1회 결항 때 1억원의 매출을 날리는 셈이 된다.
여기에 인천항에서 출발하지 못하면 다음날 제주에서도 출발할 수
여객선사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는 규모가 월등히 크기 때문에 다른 중·소형 여객선보다는 안개와 파도의 영향을 덜 받는다"면서도 "인천항은 안개가 자주 끼는 항만인데 세월호가 결항 없이 운항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의문"이라고 밝혔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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