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에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어젯 밤 12시 30분 경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21명이 숨졌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최은미 기자, 불이 얼마나 컸길래 이렇게 희생자가 많았던 것입니까?
【 기자 】
화재 규모는 30분 만에 진화될 정도로 크지 않았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게 처음 불이 난 곳인데요.
모두 잠든 한 밤에 일어난 일인데다, 환자 모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라 미처 대피하지 못했습니다.
입원환자 34명과 간호인력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간호인력 1명을 포함해 21명이 숨졌 습니다.
【 앵커멘트 】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뭡니까.
【 기자 】
다용도실 링거액에 불이 붙으면서 발생한 연기가 피해를 키웠습니다.
불길이 다 잡힌 지금도 이곳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요.
입원환자 대부분이 치매나 중풍을 앓고 있어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 불이 난 사실을 알면서도 대피하지 못하고 질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밤 시간에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인력이 3명 뿐이라 대피를 도울 사람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 앵커멘트 】
병원 구조와 시설이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 기자 】
병원 구조는 일반 병원과 같습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병실이 양쪽에 자리한 구조인데,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문을 없앤 게 특징입니다.
문 없이 모두 개방돼 있다보니 불이 난 후 연기가 삽시간만에 층 전체로 퍼지게 된 것입니다.
입원실 창문마다 쇠창살이 설치돼 바깥에서 창문을 통해 바로 진입할 수 없었던 점도 피해를 키웠습니다.
병원 측은 환자들이 창 밖으로 떨어지거나 투신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는데 소방당국은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건물에는 스프링쿨러도 없었습니다. 소방법상
요양원은 스프링쿨러 설치가 의무이지만, 요양병원은 안해도 된다고 합니다.
【 앵커멘트 】
환자 중 일부가 손발이 결박돼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사실입니까?
【 기자 】
일부 언론에서 그런 보도가 나왔는데, 조금 전 담양소방서장이 직접 브리핑을 자청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구조 과정에서 환자들을 한 명 씩 들것으로 옮겼지만, 손발이 묶여 있는 환자는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증 치매환자들이라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대피하는 게 불가능해 피해가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 앵커멘트 】
지금 현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유가족들은 도착했나요?
【 기자 】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자녀들인데, 대책본부와 병원에 항의하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참사에 오열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제가 잠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 본관 건물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환자들이 병실 밖을 나와 복도에 앉아서 초조한 모습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사상자들은 광주보훈병원과 장성병원 등 인근 14개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인데요.
여전히 6명이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라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장성 효사랑요양병원에서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영상취재 : 조계홍, 최양규, 최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