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곡역 화재 / 사진=네이버 지도 |
도곡역 화재…'제2 대구지하철 참사' 재현될 뻔
'도곡역 화재'
28일 서울 3호선 도곡역에 불을 지르고 자살을 기도한 7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다행히 같은 객차에 위기대응법을 숙지한 역무원이 타고 있었던 데다 승객들이 신속하게 빠져나와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 도곡역 화재 / 사진=연합뉴스 |
◇ 70대 방화범 자살하려 인화물질 뿌리고 불 질러
조모(71)씨는 자신이 운영했던 업소에 대한 보상문제로 사회에 불만을 품었습니다.
이에 이날 오전 10시 54분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 들어서던 오금 방면 전동차 4번째 객차에서 인화물질을 가방에 뿌리고 불을 질렀습니다.
조씨가 불을 지른 객차 내에는 다른 승객 50여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또 전체 전동차 승객은 370여 명에 달해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조씨가 불을 지른 객차에는 출장을 가던 서울메트로 역무원 A씨가 있었습니다.
A씨는 즉시 객실 내에 있던 소화기를 꺼내 진화에 착수했습니다.
A씨를 보고 승객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승객이 버튼을 눌러 비상벨을 울렸고, 전동차 기관사는 즉시 제동장치를 작동시켰습니다.
벨을 누른 시민 박모씨는 "4호 차 중간쯤에서 갑자기 사람들 너덧 명이 우왕좌왕해 쳐다보니 바닥에 물 같은 것이 뿌려져 있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파란 불길이 일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박씨는 "놀란 승객들이 5호 차 쪽으로 대피했고, 젊은이 2명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다"면서 "5호 차 쪽으로 가서 비상벨을 눌러 기관사에게 알렸는데 그땐 이미 4호 차에 유독가스와 연기가 새까맣게 차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습니다.
전동차는 승강장 끝을 4칸 남긴 상황에서 멈췄으며 문이 열리자마자 승객들이 빠져나갔습니다.
역사 내의 역무원까지 소화기를 들고 가세해 불은 6분 만인 오전 11시에 완전히 꺼졌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에 275명의 인력과 장비 69대를 출동시켰습니다.
화재 이후 3호선 열차는 1시간여 만인 낮 12시 24분부터 정상 운행을 재개했습니다.
◇ 승객들 기민한 움직임…절반은 선로 내려 대피
최근 잇단 참사로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였던 승객들은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전체 객차 9칸 중 앞쪽 5칸에 탑승했던 승객 270여 명은 문이 열리자마자 도곡역 승강장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승강장에 도달하지 못한 나머지 4칸에 탔던 승객 100여 명은 구조를 기다리지 않고 비상문을 연 뒤 선로로 내려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선로를 걷다가 발목을 삐긋한 서모(62)씨 한 명뿐이었습니다.
한 50대 여성은 "분당선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려는데 불이 났으니 대피하라는 역무원 안내를 받고 뛰쳐나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시민의 발 빠른 대처로 더 큰 피해를 막았지만,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와 비슷해 시민의 불안을 가중시켰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대
당시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번졌습니다.
회사원 허권범(33)씨는 "대한민국 전역이 안전불감증에 빠진 것 같다"며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역에서까지 불이 난 것을 보니 더욱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