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 담합한 건설사들을 징계하며 4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7일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 '빅7'을 포함한 국내 28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이 가운데 22개 건설사에 과징금 4355억원(최저가 입찰방식 3479억원.대안 및 턴키방식 876억원)을 부과하고 건설사 15개 법인과 주요 임원 7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총 길이 184.534㎞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공사로 총 사업비만 8조3529억원이 드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19개 공구와 차량기지공사 등 20개 공사 가운데 16개 공구와 차량기지 등 총 17개 공사에서 건설사들의 입찰담합이 이뤄졌으며 이들의 담합규모는 3조5980억원에 달했다. 19개 공구 중 최저가입찰 방식 13곳 전부와 대안 및 턴키 공사 6곳 중 4곳 등에서 입찰담합이 이뤄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 '빅7(현대.대우.SK.GS.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9년 6월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공사 13개 공구 공사에 참여하기에 앞서 전체 공구를 분할해 낙찰받기로 계획했다. 이후 이들 7개사를 포함한 21개 건설사는 각 공구별로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다른 입찰 참가자들은 들러리를 서는 것을 합의한 뒤 이를 실행에 옮겼다. 대안방식으로 발주한 3개 공구에서는 삼성물산과 SK건설(1-2공구.삼성물산 낙찰), 현대건설과 동부건설(2-3공구.현대건설 낙찰),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쌍용건설(4-2공구.쌍용건설 낙찰)이 각각 담합했다. 대림산업이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을 제치고 공사권을 따낸 차량기지 공사는 각 회사 관계자들이 카페에서 모임을 갖고 사다리타기를 통해 투찰률을 합의한 뒤 결정된 금액대로 실제 입찰에서 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중원 공정위 상임위원은 "건설사들이 담합하는 과정에서 1개 회사가 1공구만 공사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열위에 있는 사업자들도 낙찰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등 28개 회사가 똘똘뭉쳐서 치밀하게 계획을 짠 것이 확인됐다"며 "당시 건설사들이 얼마나 견고하게 카르텔을 일삼았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공정위가 이번에 건설사들에 매긴 과징금은 2010년 E1, SK가스 등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회사들에 부과한 6689억5400만원에 이어 역대 2번째로 큰 것이며, 건설업계 입찰담합 징계 중 가장 액수가 큰 것이다. 공정위는 이미 올해 1월에도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 공사 입찰담합에 참여했던 21개 건설사에 1323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심의한 건설업계 입찰담합 사건 중 과징금이 가장 큰 10건 중 5건이 올해 심의한 사건이다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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