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5)씨가 장기 도피 생활을 접고 29일 검찰에 자수한 데에는 일명 '김엄마' 김명숙(59·여) 씨와 부인 유희자(52)씨가 자수한 데 따른 심리적 압박감과 이들에 대한 검찰의 선처가 그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앞서 지난 25일 '주범인 유 전 회장이 사망해 처벌 가치가 떨어진 만큼 이달 말까지 자수하면 도피를 도운 혐의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 등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검찰은 전날 자수한 김 씨와 유 씨에 대해 구속 대신 귀가 조치했고, 양 씨가 이를 보며 자수를 결심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양 씨는 죄질이 가볍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 씨가 선처되는 것을 보고 자수 결심을 굳힌 뒤 날이 밝자마자 실행에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 김 씨는 도피자금 모금, 은신처 마련 등 유 전 회장 도피공작과 관련된 모든 일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호위 대상인 유 전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도피 이유와 목적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도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양 씨가 검찰의 선처 방침이 나온 뒤 김 씨, 유 씨와 자수를 모의했다가 이들보다 하루 늦게 나타났을 거라는 설도 제기된다. 자수해도 검찰이 선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김 씨와 유 씨를 먼저 보내 '간을 봤다'는 의견이다.
김 씨는 자수 뒤 검찰 조사에서 "5월 27∼28일께 금수원에서 나온 뒤 유 씨와 함께 지냈으며 양 씨와는 연락된 적이 없다"며 양 씨 행적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술과 달리 부부 사이인 양 씨와 유 씨가 꾸준히 연락을 해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검찰에서도 양씨가 전날 김엄마와 부인 등에 대한 선처 여부를 지켜보고 하루 늦게 자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씨는 경기도 안성의 한 펜션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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