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망 사건이 벌어진 6군단에서 또 다시 군기 위반으로 영창 처분을 기다리던 관심병사가 군용 트럭을 몰고 탈영해 일반인 4명이 다치는 교통사고를 냈다.
10일 경기 연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8시 15분께 연천군에 있는 6군단 6포병여단 이모 상병(21)이 5t 군용트럭을 몰다 연천군 대광리에서 버스를 들이받았다.
이 상병은 연천군 차탄교 부근에서 또 다시 경차를 들이 받고 도주하다 커브길에서 방호난간을 들이받고 차탄교 5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2명과 경차 승객 2명 등 4명이 다쳤다. 이중 부인(51)이 몰던 경차에 타고 있던 차모씨(57)는 척추를 크게 다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차씨는 하반신을 못쓸 수도 있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고 말했다.이 상병이 버스를 들이 받은 뒤 차씨가 탄 차량을 들이 받기 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버스와 사고 지점 사이에는 연천경찰서와 파출소까지 있어 경찰과 군이 공조를 잘 했더라면 두번째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차량정비병인 이 상병은 작년 8월 해당 부대로 전입하자 마자 자살 우려로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정비병인 이 상병은 선임들과의 마찰, 근무 기강 해이 등으로 휴가제한 등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2월부터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동료에게 자살과 탈영 의사를 자주 밝혀 A급 관심병사로 바뀌었다.
이 상병은 군 수사기관에서 "후임병들이 내 앞에서 말을 짧게 하고 짝다리를 하는 등 불손했다"며 "나 혼자만 징계받는 게 억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복무 기한을 채우지 못한 채 전역하는 군인이 매년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전역한 사람은 1만7801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10년 4071명, 2011년 4269명, 2012년 3632명, 지난해 3813명이었고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2014명이었다.
이들 중 일반 병사가 1만5454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부사관이 1699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6월 일어난 GOP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 임모 병장도, 윤모 일병 사망사건의 주범 이모 병장도 모두 이들처럼 현역복무 부적합 대상으로 분류된 병사들이었다.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면서 군병원 정신과 진료 건수도 지난해 3만8381건으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 3만253건이던 군 병원 정신과 진료 건수는 2010년 3만2333건, 2011년 3만3067건, 2012년 3만6111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군대 내에서 정신과 진료를 할 수 있는 군의관은
서 의원은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며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윤일병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정책적,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