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시련을 겪고 있다.
80년 5월 '광주정신'을 기리고자 야심차게 기획한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의 전시가 유보된 데 이어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하는 등 잇단 악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1일 오전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참여작가 이윤엽 작가와 홍성민 작가가 자신들의 출품작과 다른 동료작가 정영창 작가의 출품작까지 모두 3작품을 철거했다.
이번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화백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에 대해 광주시가 수정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홍 화백이 이에 반발하자 광주시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의 걸개그림 전시를 일체 불허하고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논란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중국 출장 중이던 윤장현 광주시장은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시비가 부담되는 비엔날레 특별전에 정치적 성향의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가 이를 다시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결국 전시 여부 결정은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넘겨졌고, 특별전 개막일인 8일 오후 큐레이터 회의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전시를 유보하게 됐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보수국민연합 등이 "홍씨의 작품은 정치적 선동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패륜행위"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작가는 고발당했고 세월호의 아픔을 광주정신이 보듬어 아픔을 치유한다는 작품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박 대통령을 풍자한 일부분만 확대돼 널리 알려졌다.
광주에서 빛을 보지 못한 걸개그림 '세월오월'은 내년 독일에서 '보여줄 수 없는 그림'이라는 주제로 전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풍자 논란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비엔날레 재단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예술의 생명인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할 것인지, 공공시설에 대통령을 풍자하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놓고
재단의 한 간부는 "작가나 큐레이터나 여러가지 이유로 싫어서 떠나면 그만이지만, 광주비엔날레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묻고 "결국 이번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광주비엔날레이며 상처받은 것은 광주정신"이라고 한탄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