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세계수학자대회 기조연설자로 기록된 황준묵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본인이 직업 수학자가 될 것이라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전국의 수학 수재들이 참가하는 수학경시대회에서 단 한번도 입상하지 못했을 뿐더러 수학 점수가 뛰어나게 좋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물리학을 전공하던 대학 고학년 때 고급 기하학을 접한 뒤 그의 인생행로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황 교수는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전국 과학고·영재학교 학생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수학자의 길'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학교에서 또는 경시대회에서 수학 점수가 잘 안 나온다고 절대 수학자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좋은 수학자가 되려면 인수분해·수열·미적분 등 기본적인 것들을 잘해야 하지만 특출나게 잘할 필요는 없으며, 반대로 이들 분야의 점수가 잘 나온다고 훌륭한 수학자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특히 수학 점수가 좋다고 수학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황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할 때 대학원 수학 강의를 듣고 모두 A+를 받은 학생이 있었다. 나중에 미국의 좋은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결국 좋은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도태됐다"며 "그 친구는 수학점수를 잘 받는 요령은 알았지만 진짜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몰랐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황 교수 스스로도 대학 재학 시절 위상수학의 점수가 가장 좋았지만 미국 유학 시절 박사 자격시험에서 위상수학이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하면서 "그 당시 그런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수학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학교·학원 등에서는 실제 수학 실력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수학 성적을 높이기 위한 요령을 가르치는데 시험성적만을 위한 공부는 아주 위험하다"며 국내 수학 교육의 문제점도 꼬집었습니다.
황 교수는 수학을 잘하는 비법으로 ▲ 자기 수준을 뛰어넘는 문제에 도전할 것 ▲ 자신에게 재미있는
그는 "사람들은 훌륭한 성과를 낸 수학자들을 천재라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수학자는 천재와는 거리가 먼, 한 분야에 엄청난 열정을 쏟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보통 사람들"이라며 "소질이 있더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달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