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무죄 판결에 대한 형사보상금을 늦게 지급했다면 이자까지 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형사보상금은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구속 기간에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 관련법에서는 청구한 지 10일 이내에 이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올해 형사보상금으로 책정된 예산 543억원(예비비 포함)을 상반기에 이미 모두 써버리는 등 정부가 예산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이진화 판사는 오모씨(73) 등 2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지연이자 청구소송에서 "오씨 등에게 총 4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오씨 등은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이나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법원에서 형사보상금 인용 결정을 받은 뒤 국가에 지급을 청구했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수개월이 지난 뒤에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오씨 등은 "형사보상금을 늦게 지급한 만큼 지연손해금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보상금을 늦게 지급했다면 국가에 지연이자금을 청구할 권리가 발생한다”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형사보상법에 이자 지급과 관련해 아무런 규정이 없고, 형사보상신청 사건이 폭증하고 있어 국가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정부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사는 "국가가 예산편성의 어려움을 들어 지연이자 지급의무를 면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또 형사보상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지연이자
이 판사는 "오씨 등이 각 검찰청에 보상금 지급 청구를 한 다음 날로부터 지연이자가 발생한다”며 "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이자를, 판결 다음날부터는 연 20%의 이자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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