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자살과 폭행 등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인권 유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MBN이 경비원들의 근로 계약서를 입수해보니, 각종 불리한 독소 조항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동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한 달 만에 죽음으로 이어진 서울 강남 아파트의 경비원 분신자살.
또 주민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던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 경비원.
열악한 근무 환경과 대우가 빚어낸 사건들입니다.
홀대를 받더라도 대다수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건 경비원들의 근로계약서 때문입니다.
직접 입수한 근로계약서에는 불리한 독소 조항이 태반입니다.
「민원 들어오면 근로계약 해지할 수 있다.」
경비원들의 근무 태도를 문제삼아 일부 주민들의 모욕적인 행동과 부당한 지적도 다반사입니다.
▶ 인터뷰 : 아파트 경비원
- "'XXX아 차 빼라면 빼지 무슨 말이 많아.' 내가 차를 빼고 있는데도 말이 많다고 XXX아, 내가 아버지뻘 되는데…. "
조항대로라면 경비원을 해고시키라는 주민의 말 한마디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겁니다.
「절대로 회사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못한다.」
고령의 근무자들은 쉼없는 업무에 시달리며 과로사 등 갑작스런 불상사를 맞기도 합니다.
그런데 본인은 물론 가족도 어떠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해고 예고 없이 퇴직 명령을 할 수 있다.」
모든 해고는 30일 전에 미리 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계약서대로라면 아무 때나 그날 해고 통보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경비원들은 무조건 30일 전에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엄포를 놓기도 합니다.
▶ 인터뷰 : 아파트 경비원
- "(계약서 내용이) 당연히 불리한데 그거 알면서 하는 거 아니야. 그걸 다 읽어보고 따지려고 하면 입사 안 되지, 잘리지. "
▶ 인터뷰 : 박영기 / 노무사
- "계약서 전체로 보면 어떤 경우에도 이의 제기 하지 않겠다, 이런 부분들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거고 그럼에도 자꾸 쓰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가 스스로 자기 권리를 포기하게끔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경비원들이 쓰게 되는 고용 서류는 사실상 노예 계약서나 다름없었습니다.
MBN뉴스 이동화입니다. [idoido@mbn.co.kr]
영상취재 : 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