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난 달 감사에 업무와 관련이 없는 특정 정당인이 임용돼 논란을 빚었던 서울메트로가 이번엔 인사 비리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자격도 되지않는 내정자를 임원에 앉히려고 한다는 겁니다.
이상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달 13일 임원 모집 공고를 띄운 서울 메트로.
공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 및 서울시투자기관에서 2급 이상 직원으로서 해당기관에서 8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돌연 공고 내용을 바꿉니다.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 및 서울시투자기관에서 2급 이상 직원으로서 근무한 경력이 8년 이상인 자.
얼핏 비슷한 듯 보이는 이 두 공고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 나왔던 공고는 현재 2급 이상인 직원 중, 해당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총 8년 이상이기만 하면 자격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바뀐 공고에 따르면, 2급 이상으로 재직한 기간 자체가 8년이 넘어야 하는 겁니다.
메트로 규정대로라면 바뀐 공고, 즉 두번째 공고가 맞는 공고입니다.
인사 비리 의혹을 받는 것은 이 때문.
즉 현재는 2급이지만, 2급 이상으로 재직한 기간이 8년이 아직 안 된 사람을 임원 자리에 앉히기 위해 일부러 처음 공고를 잘못 냈다는 겁니다.
그러다 여기저기서 이의를 제기하자, 다시 공고를 원래 규정에 맞게 바로잡았다는 것.
원래 공고를 변경할 땐 '변경한다'는 공고도 내야하지만 그런 공고도 없이 슬쩍 바꿨다는 점에서 더욱 의혹을 제기합니다.
메트로는 이에 대해 직원 실수였다고 설명합니다.
애초 서울시와 행정자치부 관련 홈페이지엔 처음부터 공고를 제대로 올렸는데, 메트로 홈페이지는 전산 시스템이 달라 올리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김찬현 / 서울메트로 미디어팀장
- "직원이 해당 내용을 올리면서 그전에 사용했던 프레임을 이용하다 보니까 그전에 있던 것을 삭제를 다 못하고 남겨둔 상태에서 현재 것을 올리면서 발생한 개인의 실수였습니다."
그러나 정말 해당직원의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내정자로 지목된 김 씨는 임원 자격요건 12가지 중 한 개도 충족을 못 시키는 인물이라는 겁니다.
김 씨는 2급으로 재직한 지 겨우 5년 남짓됐는데, 김 씨처럼 8년 이하의 2급 재직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서류 심사에서 모두 탈락했고 김 씨만 통과했다고 합니다.
다만 임원 자격요건 13항인 '능력이 있다고 추천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자'라는 애매한 조항을 등에 엎고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고 설명합니다.
▶ 인터뷰 : 메트로 관계자
- "그래도 지금까지는 어느 누구도 자격은 다 갖췄어요. (1~12번까지 하나라도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었다는 거죠?) 그렇죠. 그것도 아닌데 그쪽 항을 적용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고 주최 측의 농간이나 마찬가지죠.
더구나 내정자 의혹을 받는 김 씨는 지난 5월 2호선 전동차 사고 당시 담당자였는데 그 책임으로 물러난 사장과 기술본부장과는 달리, 임원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트로 관계자는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김 씨가 이정원 서울 메트로 사장과 사적으로 친한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뉴스 이상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