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에 사과쪽지만 남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경영권 승계에 '치명타'
↑ 사무장에 사과쪽지/ 사진=MBN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4일 자신에게 견과류를 서비스한 승무원과 비행기에서 내쫓긴 박창진 사무장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사과 쪽지만 남기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조 전 부사장이 이날 오전 박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이들의 집에 각각 찾아갔으나 둘 다 집에 없어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그 자리에서 이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짤막한 쪽지를 직접 써서 집 문틈으로 집어넣고 돌아갔다고 대한항공은 덧붙였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직접 사과한다고 했으니 만나서 사과하기 위해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5일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삼아 사무장을 질책하며 이륙 준비중인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해 항공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조 전 부사장은 기내난동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조직적 증거인멸과 거짓진술 강요 등으로 관련 임원 등도 줄줄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조 회장 일가가 그간 물밑에서 추진해온 경영권 승계의 밑그림도 흐트러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대한항공의 오너체제는 1999년에도 심각한 위기를 맞은 바 있습니다.
1997년 225명이 사망한 괌 추락사고 2년만에 다시 상하이공항 추락사고까지 터진 대한항공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오너경영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틀 만에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퇴진하고 조양호 당시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 대외업무만 하는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대한항공은 이후 델타항공의 컨설팅을 받아 안전성 제고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덕에 2000년대 들어 경영체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왔으나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은 일순간에 이런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특히 조 회장이 "제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다. 죄송하다"면서 딸이 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조 전 부사장을 퇴진시키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견과류 서비스 방식 때문에 비행기를 되돌린 이번 '땅콩 사건'은 조 전 부사장 개인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대한항공 오너 가문 차원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횡포는 이 비행기는 내 것이며 모든 직원이 내 소유물이라고 착각하는 전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인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는 "대한항공 노조원들이 비아냥거릴 정도의 사과문을 내놓는 것을 보면 이 회사에 제대로 경영체제나 위기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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