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에 따른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발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서울시와 강남구가 대립하며 한동안 사업이 표류하더니 6일 강남구가 마을 자치회관 철거를 시도하면서 주민과 당국간 갈등이 폭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은 강남구가 철거작업을 13일까지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결국 구청 측은 무리한 회관 철거로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강남구청은 구룡마을 주민 자치회관 건축물을 철거하겠다고 고지한 후 이날 오전 행정 대집행에 들어갔다. 이에 주민 100여명이 회관에 모여 거세게 항의하면서 철거 용역 직원들과 대치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강남구 측은 "자치회관 건물은 당초 농산물 직거래 점포로 사용한다고 신고하고 설치된 건물로 주민자치회가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 간판을 걸고 일부 토지주 주택과 사무실 등으로 사용해 온 불법 건축물”이라고 철거 배경을 설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회관 건물은 농수산물센터로 이용하겠다는 설치 목적에도 맞지 않고, 지난해 말 이후 존치 기한도 만료된 불법 건축물”이라며 "안전상 우려가 커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여러 번 알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민들은 구룡마을 개발을 앞둔 구청 측 '주민 흔들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 이모씨는 "자치회관을 없애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재개발을 두고 주민들의 구심점을 흔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일 주민자치회 부회장은 "주민들이 6일 오전 중 법원 판결이 난다고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는데, 구청 측이 막무가내로 집행에 들어갔다”며 "결과적으로 구청장이 집행한 건 법을 농락한 편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구모가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철거작업을 오는 13일까지 잠정적으로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철거작업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강남구 측은 4일 심문에서 '아직 대집행 영장은 발부되지 않았고, 2월 6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갑자기 철거작업을 개시한 것은) 종전의 진술과 반대돼 신뢰에
법원 결정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구청 측 용역 직원 300여명은 제각각 해산했다. 하지만 양측 대립이 일촉즉발 상황까지 가면서 향후 당국과 주민간 갈등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김정환 기자 / 이현정 기자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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