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학사구조 개편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교육기관으로의 변화를 시도한다. 이를 위해 올해 고3 학생들이 입학하는 2016학년도 입시부터 학과가 아닌 단과대학별 모집을 실시하고 단과대 별로 세부 전공을 유연하게 신설·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대는 당장 내년부터 단과대학에 있는 학과 구분을 폐지하고 신입생을 선발한다.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철학과 역사학과와 같은 구분이 폐지되고 인문대학(365명), 사회과학대학(435명), 공과대학(470명) 등 단과대학 모집단위로 선발하게 된다. 향후 정부의 문·이과 구분 폐지 계획과도 맞물려 광역계열화 작업은 더 심화될 수도 있다.
26일 중앙대가 발표한 개편안은 교육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실제 학생들은 이후 2학년 2학기 때 단과대학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데,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전공은 폐지되고 각광받는 전공의 경우 규모가 증가하거나 새로 개설될 수 있다. 다만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무조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학점 기준 등을 적용해 정원을 넘치는 인원을 걸러내는 시스템은 타 대학과 비슷하게 유지된다.
따라서 개편안의 핵심은 교수들의 끊임 없는 자기계발 유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중앙대 교수들은 사회의 학문 수요와 학생들의 교육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과목을 바꿔가며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과대학 차원에서도 사회가 필요로하는 새로운 융·복합 전공을 다양하게 설계 하여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하도록 바뀐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교수들이 끊임없이 공부해서 학생들이 4년 간 들인 등록금이 아깝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면서 "교수가 학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달라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1년에도 기존 18개 단과대학 77개학부에서 11개 단과대 47개 학부로 통폐합 할 때도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중앙대는 이번에도 격심한 학내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날 발표 현장에서는 개편안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대학 당국의 비민주성을 성토하기도 했다.
김누리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교수평의회의장 조차도 이번 개편안에 대해 불과 이틀전인 24일 알게됐다”면서 "학문의 체제는 교수들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인데 이런 것을 폐지하는 문제를 너무나 단기적인 시각, 그리고 기업논리만을 앞세워 밀실에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진행된 전체 교수회의 결과 현재 진행중인 개편안을 보류하고 재논의 해야한다는 안에 찬성한 교수가 참석인원 420명 중 367명(87.38%)에 달했다.
입시업계에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시 접수를 5개월 남겨두고 갑자기 전형 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수험생들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한동대가 모든 학생을 전공과 무관히 선발한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데, 인기 학과로의 쏠림현상이 일어나면서 금속과학 전공이
한동대 관계자는 "한동대는 처음부터 이같은 시스템으로 설립돼 교수들이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학생이 전공을 선택하도록 한다면 쏠림현상이 일어날 것을 전제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희석 기자 / 김수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