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울타리인 가정을 와해시키는 촉매제가 될까 걱정이네요.”(주부 장모씨)
"모텔 등에서 배우자 간통 현장을 잡아달라는 경찰 신고는 이제 옛날 얘기가 됐네요.”(일선 경찰관 박모씨)
"간통죄가 사라지는 대신에 간통을 저지른 유책배우자를 상대로 민사상 더 많은 위자료를 인정해야 합니다.”(여성단체 관계자)
형법 상 죄목 하나가 사라지는데 사회 전체가 이렇게 뜨겁게 반응한 적은 없었다.
26일 마침내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각계 각층에서 찬반 양론은 물론 제도적 보완책 등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SNS 상에서는"전국 산악회가 흥하고 등산용품 주가가 뛸 것”이라는 등 간통죄 폐지로 불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노골적인 반응도 흘러나왔다.
이날 헌재 위헌 결정 소식을 접한 직장인 신 모씨(30)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제한한다는 건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이라며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한 만큼 21세기에 맞는 옳은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직장인 최영락씨(28) 역시 "어차피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고 있는 법이었던 만큼 폐지는 환영”이라며 "다만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미혼인 은행원 송 모씨(28)는 "한국은 유교적 관습의 영향력이 아직도 큰 사회이고 간통죄 폐지를 감당할만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며 이번 헌재 결정이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으로 간통죄 폐지에 반대해왔던 여성단체들도 최근 수 년 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내세우며 간통죄 폐지로 전향하는 추세였다.
다만 형사적 책임을 소멸시키는 대신 간통을 저지른 유책배우자를 상대로 더욱 무거운 위자료 부과 등 사법부의 보완조치가 시급해졌다는 평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이미 민법에서 이혼시 귀책사유로서 불륜을 간주하고 있기에 이번 위헌판결은 합리적 판단”이라며 "대신에 위자료를 높인다거나 이혼시 책임을 강하게 묻는 등 민법상 책임을 강화할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훈 세명대 법학과 교수도 " 법관들이 간통으로 인한 이혼소송이 들어오게 되면 '징벌적 위자료'로 배우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쪽으로 사법제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보다 구체적으로 "현행 최대 5000만원에 묶여 있는 위자료를 최대 2억원까지 유책배우자 능력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아울러 간통죄가 사라졌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불륜이 만연할 것이라는 사회 일각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간통죄가 없어지더라도 결혼 파탄의 책임 소재를 두고 간통배우자는 물론 통정한 파트너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청구해 인정되는 판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경찰 관계자는 "배우자의 불륜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조력을 받을 수 없게 된 만큼 오히려 흥신소와 심부름센터 등 사설업체를 통한 불륜추적
한편 여성가족부는 이날 간통죄 폐지에 대해 "이혼위자료 가이드라인(상한선)을 개선하거나, 양육비 이행지원을 확립하는 등 (사법부의) 후속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재철 기자 / 김정환 기자 /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