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오래된 학교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6학년 김휘서양 등 서로 다른 학년 여학생 3명은 술래잡기에 한창이었다. 옆으론 학년과 덩치가 제각각인 남학생 7명이 축구에 열중하고 있었다. 감사원이 곧 소규모 학교 통폐합 관련 보고서를 내놓는다는 ‘폭풍’이 예고된 것을 모르는 학생들 사이에는 평온함이 흘렀다.
김 양은 “한 학년에 20명 정도 밖에 없어 1~6학년 까지 모두 친구·가족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런 소규모 학교들로 인해 교육재정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며 인근 학교와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고 빠르면 이달께 ‘전국 소규모 학교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다.
교동초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으로 1894년에 설립돼 지난해 120주년을 맞았다. 이같은 교육 역사의 공간이 2011년 이후 학교 통폐합 논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4년전 종로구가 서울시교육청에 ‘학교를 폐교하거나 학교 용지에 주차장과 전통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자’고 제안하면서 통폐합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교동초 등 소규모 학교 현장 실사에 나섰다. 결정타는 올 들어 금천구 신흥초와 흥일초의 학교 통합 개교였다. 사상 처음 서울 지역 학교 통폐합인데다 이들 학교 학생 수(389명·431명)가 모두 교동초 보다 많아 자연스레 교동초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교동초 처럼 전교생이 20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는 서울 지역 9곳을 비롯해 전국에 2000여곳에 달한다. 최근 5년새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절반(2008년 14만명→2013년 7만명)으로 감소한데다 도심 지역 인구가 주변으로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소규모 학교는 ‘미니 학교’로 더 작아지는 추세다.
교동초로 대표되는 학교 통폐합 논란의 관점은 크게 두가지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재정 부족 현상에 따라 학교를 통합해 모든 학생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된다는 의견과 소규모 학교도 학교 전통과 상징성에 따라 별도의 존재 가치를 갖는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게 감사원으로 1인당 교육비 절감과 교육 질 향상을 위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학교와 해당 교육청에 권고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 ‘전국 교육청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농·산촌 지역 소규모 학교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전체 학교 평균 대비 2~7배에 이른다.
실제 교동초는 영재학교 3개 학급과 돌봄 교실이 2개 교실로 운영되고 있고 강당과 급식실도 따로 갖추고 있다. 매학기 방학마다 30~60여개 반의 방과후 프로그램이 개설돼 학생들은 평균 3~5개의 반에 참여한다. 프로그램 종류도 영어, 창의수학 같은 교과 수업부터 바이올린, 승마 등 예·체능 관련까지 총망라돼있어 다른 학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학생 수에 상관없이 한 학교당 매년 학교 운영비로 2억6300만원을 지원하는데 여기에 학생·학급 수, 건물 면적 등에 비례해 추가 운영비가 지급된다. 교동초의 경우 한때 전교생이 1000여명에 달할 당시 건물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 연간 8000만원 정도를 더 받고 있다. 감사원은 이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교동초와 인근 재동초(260명)의 통합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통폐합 논란에 교사·학부모들은 한 목소리로 “고려할 가치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이 학교는 윤보선 전 대통령, 소설가 심훈, 동요작곡가 윤극영 등을 배출한 학교로 동문들의 반발도 거세다. 학교에 사
박승수 교동초 교감은 “국가 최초의 학교를 경제 논리로 없애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크고 작은 학교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교육계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일호 기자 / 김수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