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능성적표와 부풀려진 서울대 커트라인 정보를 유포해 경쟁자들의 하향 지원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산 수험생이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 시내 모 사립대 4학년생 A(24)씨를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8일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상위권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스 옵티무스'에 위조된 직인이 찍힌 가짜 수능성적표를 올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A씨는 작년 12월 19일 시작된 서울대 정시전형 원서접수 직전 자신과 모 수험생 카페 회원 70여명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으며, 서울대 경영대와 사회대에 지원할 것이란 글을 해당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그는 이로 인해 경영대와 사회대 합격선이 각각 수능 표준점수 800점 기준 531점과 528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낮은 점수를 예상한 다른 수험생들은 A씨가 언급한 만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카페 회원 70여명이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든 유령 ID이거나 지인일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경쟁자들의 하향지원을 유도해 본인의 합격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는 주장입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A씨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수능성적표를 공개했지만, 성적표에 찍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직인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올해 서울대 경영대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면서 "어떻게든 서울대에 들어가고 싶어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경찰에서 "가짜 성적표를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위조는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사람에게 5만원을 주고 모바일 메신저 사진 전송을 통해 위조된 성적표를 건네 받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경찰은 A씨가 허위정보를 유포해 다른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경찰은 "이 부분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형사적으로 처리할 부분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경찰은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등 두 가지 혐의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올해 서울대 경영대 합격선은 예년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은 2015학년도 서울대 경영대 예상합격선이 529점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최종합격선은 이보다 4.5점 낮은 524.5점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경영대 합격선은 지난 수년간 서울대 정시 인문계열 모집단위 중 최상위권에 위치했으나, 올해는 하위권으로 내려앉은 것입니다.
사회대 최종합격선은 526.8점으로 인문계열 모집단위 중 가장 높았지만, 예상합격선(528)보다는 다소 낮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서울대 정시 인문계열 최종합격선은 사회과학계열(526.8), 인문계열(526.3), 농경제사회학부(526.3), 소비자아동학부(526.2), 국어교육과(525.5), 역사교육과(525.4), 사회교육과(525.1), 영어교육과(524.8), 지리교육과(524.8), 경영대학(524.5)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A씨가 올린 글 때문만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올해는 '물수능'으로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대거 하향 안전지원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면서 "A씨가 불안한 수험생들의 등을 떠밀었다고 해도 전체적인 영향은 미미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