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비정규직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내부 대자보가 잇따라 붙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현대자동차 등에 따르면 올들어 현 집행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는 지난달 23일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 게시판에 처음 등장한 이후 최근까지 총 4차례나 붙었다. 대자보를 붙인 사람은 정규직화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자, 전 지회장을 포함한 전 노조간부, 현 대의원 등이다.
이들은 대자보에 ‘8·18 합의’ 인정, 현 투쟁방식 비판, 현 집행부의 불통 비판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8·18 합의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만큼 노조 내부 갈등이 적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정규직화 투쟁을 포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합의는 지난해 8월 현대차와 정규직 노조, 전주·아산공장 비정규직 노조 등 3자가 도출한 ‘정규직화 특별채용 합의’로 사내하청 근로자 4000명을 정규직으로 특별고용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사내하청 근로자가 이 합의에 따라 현대차의 정규직으로 특별채용되려면 ‘정규직 인정 소송(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 합의에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는 참여하지 않았다.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이 비정규직 근로자 1247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8·18 합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 집행부는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과 최근 대법원이 현대차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근로자 4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한 판결 등에 기대 “모든 비정규직이 결국 대법원에서 정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투쟁을 이끌고 있다.
문제는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1심 승소 이후 회사가 항소를 제기한 상태에서 이 판결이 대법원 확정판결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 현 비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비정규직 정규직 채용을 위한) 회사의 독자교섭 거부를 이유로 파업할 경우 사측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배상책임까지 져야하는 조합원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투쟁 과정에서 회사가 손배소를 제기해 현재까지 비정규직 노조가 배상해야 할 금액(1심 기준)은 185억원에 이른다.
비정규직 노조의 한 조합원은 “대법원까지 가는 것보다 현 집행부가 1심 판결을 중요한 카드로 이용해 합의를 이끌어 내기 바라는 조합원이 적지 않다”며 “현 집행부가 계속 투쟁만 강조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아 비판 대자보가 잇따라 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현 집행부가 정규직 노조와 함께 힘을 합해 회사와 교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사측은 비정규직 노조와 독자교섭은 불가하지만, 정규직 노조와 함께 특별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조합원들이 무엇을 불안해하는 것인지 알고, 회사와 대화도 하고 싶지만 회사가 독자 교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
노조 집행부가 일부 조합원의 기대와 달리 이처럼 투쟁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비난 대자보가 계속 붙는 등 노노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