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경찰서는 지난 2월 아파트 공사 현장을 돌며 3200만원 상당 전기선을 훔친 혐의로 이모 씨(33)를 입건했다. 이 씨는 현장에서 전기공 보조로 일을 하며 전선 절취를 계획했다. 이에 앞서 세종경찰서는 올초 외진 공사현장을 돌며 건축자재를 훔친 A모 씨(68)를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종시 고운동 일대 공사현장에서 파이프 등 30만원 상당 자재를 훔쳤다가 덜미를 잡혔다”며 “액수는 크지 않지만 과거 IMF 외환위기 때나 있을 법한 절도 행위가 최근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불황 여파에 소액의 생계형 경제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자전거, 휴대폰, 공사장 자재는 물론 가정집에서 쌀과 커피믹스를 훔치다 걸린 이도 있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전국 55개 경찰서에 ‘생활범죄수사팀’을 신설한 뒤 최근까지 경미 절도범죄 등 1419건의 사건을 처리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어려운 민생경제에 기승해 자전거·오토바이 절도, 차량털이 등 소액 절도가 빈번해지자 서울 송파경찰서 등 1급지(인구 30만명 이상) 경찰서에 생활범죄수사팀을 구성했다. 이들 생활범죄수사팀이 지난 두 달 간 해결한 1419건 중 절반이 넘는 750건이 절도 사건이었고 이 중 단순 차량털이 사건이 198건, 자전거 절도 126건, 오토바이 66건을 기록했다. 특히 전국 자전거 절도 사건은 2012년 4388건, 2013년 3683건 등으로 매년 4000건 안팎에 달하고 있다.
의정부 경찰서의 경우 “카센터에 세워둔 자전거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일대 30대의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주변 탐문과 잠복근무로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주인이 150만원 상당 신용카드 할부로 자전거를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도난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해당 용의자는 과거에도 의정부 일대에서 자전거와 서울 소재 백화점에서 의류를 절취해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절도에 나서는 이들의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점도 문제다. 생활범죄수사팀이 검거한 729명 중 10대가 175명(24%)으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일례로 울산 남부서 생활범죄수사팀은 지난 달 9일 PC방에서 휴대전화를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CCTV에 찍힌 사진 등을 토대로 20일만에 휴대전화를 훔친 청소년을 검거했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 피의자가 호기심에 의해 자전거, 휴대폰 절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는 수사인력 문제로 단순 절도사건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전담팀이 생긴 만큼 자전거 1대가 도난되더라도 반드시 범인을 색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박윤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