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신촌서 도로 '푹'…지반 침하로 사고 잇달아
29일 서울지역에서 도로 지반이 갑자기 내려앉는 바람에 지나가던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수명을 넘긴 노후 상수도관을 제때 교체하지 않았거나 공사를 마친 도로를 제대로 메우지 않은 탓에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29일 오후 2시20분께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주차장 인근 이면도로가 내려앉는 바람에 그 위를 지나던 15t 무게의 하수도 준설 차량이 옆으로 넘어져 인도를 완전히 덮쳤습니다.
무너진 지반 규모는 가로 3m, 세로 1m, 깊이 1m였다. 사고 당시 인도에는 4∼5명이 있었으나 차량이 서서히 넘어져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차량은 지난달 1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진행 중인 현대백화점 침수 방지 공사를 위해 나왔다가 공사장으로부터 30m 떨어진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지점은 앞서 현대백화점 침수방지 공사와는 별개로 상하수도 공사를 한 뒤 그 위를 아스팔트로 임시로 메웠던 곳인데 무거운 하수도 준설 차량이 지나가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입니다.
차량이 넘어진 인도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현장을 목격한 직원 선모(39)씨는 "차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쓰러졌고 완전히 90도로 쓰러지는 데는 3초가량 걸렸다"면서 "사람들이 급하게 대피하다가 가방을 떨어뜨리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지하 하수도관 개량공사를 위해 인근에 있던 상수도관을 이설하고 임시포장을 한 곳의 지반이 약화돼 도로일부가 침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안전본부장은 "이번 사고는 침수방지공사를 하면서 발생했고 자세한 원인은 더 파악해 볼 것"이라며 "봄철 굴착공사가 늘고 있는 만큼 안전점검요원을 확대 투입해 사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오전 6시 44분께는 강남구 코엑스 사거리 앞 편도 4차로 가운데 3차로에서 도로가 지름 1m, 깊이 30cm 규모로 내려앉았습니다.
당국은 사고 지점 지하에 묻힌 낡은 상수도관 용접부분이 손상돼 물이 새어 나면서 흙이 쓸려나가는 바람에 지반이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해당 상수도관은 매설된 지 36년이 지나 일반적 상수도관 수명인 30년을 한참 넘긴 것이었습니다.
봉은사에서 종합운동장 방향으로 가던 오토바이 2대가 침하된 지반의 턱에 걸려 넘어지면서 운전자 등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오토바이에는 한 대당 2명씩 4명이 타고 있었으며 모두 일행이었습니다.
이 중 앞서 가던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A(19)군과 동승자는 찰과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뒤따라오던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승자는 별다른 부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노후 수도관 교체사업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면서 "내년부터 노후 상수도관 교체사업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방재 전문가인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 교수는 "오늘 사고가 일어난 코엑스와 신촌 인근은 지하에 구조물이 많아 그 조성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지하수 흐름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런 곳일수록 유속이 빠르다"며 "유속이 빠른 지하
이어 "또 최근 공사를 한 후 되메우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원래 3~4m를 메운 후 한 번 다지고 다시 3~4m를 메워야 하지만, 10여m를 한 번에 메우고 한 번만 다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면 지반이 차량 이동으로 일어나는 진동에 취약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