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위탁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비계 등 가설재의 안전성 인증 업무를 독점해 온 A협회 회장과 이사 등 간부들이 수억원대의 연구개발비를 빼돌리고 뇌물을 받아 무더기 구속기소됐다.
울산지검은 한국전력 산하 5개 화력발전소의 시스템비계 국산화 연구개발비 4억4700만원을 빼돌리고 수천만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활동비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로 A협회 회장 B씨(62)를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 협회 이사 C씨(63)와 사무국장 D씨(52), 전 시험연구소장 E씨(64)도 업무상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한전은 2012년 3월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아일랜드산 시스템비계 붕괴로 3명이 숨지자 안전성이 우수한 국산 비계를 개발하기로 하고 이 협회에 총 사업비 15억원 규모의 연구개발을 맡겼다. 시스템비계는 주로 화력발전소에서 쓰는 설비로 둥근 형태의 보일러 벽체에 사용되는 특수한 비계이다. 국내에서는 생산이 안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연구개발비를 빼돌리는 등 부실 연구를 한 결과 시제품 테스트에서 불합격했다. 한전은 결국 다른 기관에 관련 연구를 다시 맡겼고 그만큼 시스템 비계 국산화는 늦어지게 됐다.
이 협회는 회장 등 임직원이 모두 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 출신으로 노동부의 위탁을 받아 국내 가설재 인증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회장은 전 서울지방노동청장을 지냈고, 이사는 서울 관악노동지청 산업안전과장 출신이다.
가설재 생산업체는 이 협회의 인증을 받아야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설재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검찰 관계자는 “협회 임직원이 모두 노동부 출신이다 보니 노동부가 협회에 대해 엄격한 감독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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