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난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유가족 30여명은 전북 고창군의 한 휴게소에서 낯익은 남성 2명을 발견하고 격분했다. 바로 안산 단원경찰서 보안계 소속 경찰들로 이날 전남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회의를 갖기 위해 버스를 타고 내려가던 유족들 무리를 따라 붙었던 것. 유족들은 “왜 우리를 미행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고, 이로 인해 경찰의 합당한 정보활동 범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다음날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유족들을 찾아가 “여러분들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지 사찰이나 미행이 아니었다. 유족에게 신분을 숨긴 직원들은 엄중 문책하겠다”며 사과했다.
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사고에서 불거지는 무리한 정보사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경찰이 활동범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내부작업에 돌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국가 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치안정보 개념 명확화를 통한 정보경찰의 정체성 확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제안서를 들여다보면 경찰 스스로도 현 정보활동의 범위와 권한 등에 대해 개선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경찰은 제안서에서 “현행 경찰법과 경직법 등은 경찰의 임무로 ‘치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치안정보를 비롯한 주요 용어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경찰 정보활동의 업무영역 등을 둘러싼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치안정보 활동을 위한 별도의 수권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경찰 정보활동의 정당성과 적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해 청와대 ‘정윤회 비선개입’ 문건유출 파문에 경찰 정보관이 연루되면서 서울경찰청 정보활동의 심장부 역할을 해온 남산 정보분실 등이 폐쇄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경찰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구체적인 연구용역 수행과제로 ▲‘정보수집’과 ‘사찰’의 구분 ▲경찰 정보활동에 대한 비판적 견해와 논거 분석 ▲경찰 정보활동과 충돌 소지가 있는 법령 검토 ▲치안정보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분야 연구 ▲개인정보보호법 등 타법을 고려한 정보경찰의 업무영역 설정 등을 제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발주한 배경에 대해 “치안정보 활동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보니 현장 정보관들도 외부의 비판적 시각에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위축되고 소극적인 태
이 관계자는 “국민이 공감하는 경찰, 당당한 경찰을 추구하는 현 경찰 기조에 맞게 치안정보 활동은 물론 조만간 집회시위 관련 채증의 상황별 법적 타당성 등도 함께 연구해 개선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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