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4시 30분경.
A씨(30)는 떨리는 손으로 변호사 시험(변시) 합격자 명단을 열었다. 명단에서 자신의 수험번호를 찾은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A씨가 변호사 시험을 응시한 것은 벌써 세 번째로, 올해도 잘 풀리지 않았다면 다른 길도 모색해볼 참이었다.
로스쿨 졸업자 중 A씨 처럼 여러차례 변호사 시험에 탈락해 계속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자격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합격자 수가 정해져 있어 해마다 불합격자의 수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실시된 제4회 변시 응시자는 2206명으로 이 중 1565명(61.10%)이 합격했다. 응시자 가운데 122명은 이번이 네 번째 도전으로, 올해 합격자가 26명에 불과해 남은 96명은 다시 변호사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이들이 내년 시험에 또 다시 탈락한다면, 앞으로는 응시 기회 조차 사라진다. 현행법은 장수생의 증가로 변시 합격률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험 응시 기회를 5번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험 응시 횟수가 늘어날 수록 오히려 합격률은 떨어진다는 점이다. 시험에 처음 응시한 초시생의 평균 합격률이 74.74% 인데 비해, 재시생 평균 합격률은 46.57%, 삼시생은 25.89%까지 떨어졌다. 사시생의 합격률은 21.31%에 불과하다. 사시생이 내년에 변호사 시험에 다시 응시하더라도 합격할 확률은 높지 않은 셈이다.
일각에선 응시 횟수 제한을 없애 변시 장수생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정부가 ‘고시 낭인’을 없애기 위해 로스쿨을 도입했는데, 다시 횟수 제한으로 ‘로스쿨 낭인’을 만든다면 입법목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로스쿨 3학년인 C씨(30)는 “응시 횟수 제한이 큰 심적 부담”이라며 “주변 장수생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고, 내년에 한번에 반드시 붙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횟수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D변호사(32)는 “변호사의 질적 수준 유지를 위해 횟수 제한을 둬야 한다. 다섯번이면 충분하지, 그 이상의 기회는 특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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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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