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가게를 열 수가 있겠어요.”
네팔인 집단거주지인 서울 창신동 동대문역 3번 출구 앞 ‘네팔타운’. 고국에서 벌어진 대지진 참사로 인해 이곳 주민들은 쉽사리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거리 주요 음식점들이 28일 오전 문을 닫은 가운데 주민들은 ‘마을 회관’격인 원남동 네팔하우스에 대지진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분향소를 차리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번 참사로 가족을 잃거나 아직까지 현지 연락이 두절된 사연 등 슬픔의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서로 의지하는 분위기였다.
네팔타운에서 식당 2곳을 7년째 운영하고 있는 라이 씨는 지진 직후 계속 음식점 문을 열지 않고 있다. 그는 “가족들이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많은 네팔 친구들이 가족과 연락이 두절됐고 대지진 이후 다급한 마음에 네팔로 출국한 친구도 서너 명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네팔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러스민 구릉 씨(40)는 “오늘 또 지진이 났다는데 다시 연락이 안된다“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구릉 씨는 친정집이 카트만두에 있는데 지진 직후 가족 모두 안전하다고 문자 한 통을 받은 상태. 이후 가족들이 모두 대피소 있는 사진이 SNS에 올라와 안심했지만 여진이 계속되다보니 아직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구릉 씨는 옆에 있던 네팔 신두팔촉 출신 돌만 씨(34)의 어깨를 연신 다독였다. 돌만 씨는 아예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아 생사 여부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 돌만 씨 고향 신두팔촉 마르밍은 셰르파가 많이 거주하는 고산지대 시골 마을로 큰 산사태 피해를 입었다.
한국으로 시집 왔다는 돌만 씨는 “네팔은 굉장히 못사는 나라다. 내 가족 뿐 아니라 모든 네팔인 희생자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네팔인 전용 식료품점 마야 마트를 운영하는 빔 구릉씨(52)는포카라에 있는 아내와 딸에게서 안전하다는 연락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릉 씨는 ”해외 각지에서 구조
이날 네팔하우스에 ‘한국식’ 분향소를 차린 주민들은 수천여 명의 희생자의 넋을 위로한 뒤 고국에 보낼 성금과 이불 등 구호물품을 모을 계획이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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