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광고까지 봐야 합니까.” IPTV(인터넷망을 통한 양방향 TV 서비스)로 영화를 즐겨 보는 회사원 김석민 씨(29)는 유료 영화를 틀 때마다 나오는 광고가 영 못마땅하다. 김 씨는 “돈 주고 산 주문형비디오(VOD)에까지 광고까지 붙이는게 맞냐”며 “심지어 플레이를 멈췄다가 다시 틀 때마다 광고가 나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국내 가입자 1000만을 돌파한 IPTV 사업자들의 VOD 광고 정책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컨텐츠 구매 비용을 받고 광고까지 내보내는 건 소비자에 대한 우월적 행위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지적이다.
IPTV 가입자들은 1만~3만원의 기본료를 매달 낸다. 여기에 방송사 프로그램의 유료보기를 이용하면 500원~1000원, 영화 VOD는 1000원~1만원을 추가로 지불한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시청하는 VOD에 광고까지 붙이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편을 전가하면서 이중으로 수익을 얻는 형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기획처장은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토로하는 소비자 불만 접수 사례가 늘고 있다”며 “IPTV 업체들은 광고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광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IPTV VOD 광고의 CPM(광고매체에서 1000명 또는 1000가구에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3만5000원~5만원으로 광고가 1회 노출될 때마다 IPTV 사업자는 35~50원의 매출을 얻는다. 이 같은 수익구조에 대해 이용자 강모 씨(35)는 “강제로 광고를 봐야하는 소비자들에게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반면 IPTV 업계 관계자는 “유료결제 금액 중 상당부분은 컨텐츠 제공자(방송국 또는 영화배급사) 몫”이라며 “광고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수십년 전 비디오테이프 대여료보다 저렴한 현재의 가격으로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이 같은 업계 주장이 앞뒤가 바뀐 논리라고 일축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광고를 많이 봐서 컨텐츠가 싸지는 게 아니라 IPTV VOD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광고주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IPTV 사업자가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며 “앞서 멀티플렉스들을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로 신고했듯이 IPTV 사업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전문인 한 변호사 역시 “요금을 지불했는데 스킵(건너뛰기)이 안 되는 광고가 끼어드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끼워팔기식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거부할 수 없는 행위를 강제하는 것은 불공정행위 유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VOD 앞에 붙는 광고가 업체 설명대로 실제 컨텐츠 가격 인하 요인에 반영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IPTV 사업자의 VOD 광고에 대해 뚜렷한 규제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VOD 광고 같은 경우는 방송법상 방송광고규제 적용 대상은 아니어서 사업자간 가이드라인을 통한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