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년 만에 끊어졌던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전 구간(1.1km)이 연결된다.
덕수궁 돌담길은 1884년 영국이 중구 정동 대사관 부지를 사들이면서 일부 구간(170m)이 단절됐다. 서울시는 돌담길 전 구간을 잇고, 이 일대 보행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사관 인근 대한성공회성당 옆에는 문화광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14일 주한영국대사관 관저에서 박원순 시장과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덕수궁 돌담길 회복 사업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다음달 영국 보안기술자 현장조사를 거쳐 대사관 부지와 연결도로 개방에 따른 필요 조치를 협의한다. 서울시와 영국 대사관은 이후 돌담길 회복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덕수궁을 감싸고 있는 돌담길은 총 길이 1.1km 짜리 순환로지만, 영국 대사관이 들어서면서 대사관 부지 70m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연결도로 100m 등 170m가 단절된 상태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주한 영국대사관 측에 덕수궁 돌담길 회복 사업을 제안하고 설득 작업을 벌였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찰스 헤이 대사 부임 직후인 3월 시장 공관으로 대사 부부를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진행하는 등 관련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내 영국 대사관 측과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 이른 시간 안에 덕수궁 돌담길 전 구간을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향후 이 일대에서 덕수궁 수문장과 영국 근위병이 순회 경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대한성공회 앞에 문화광장을 조성하고, 한영 국제문화 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도 잡아놨다.
박 시장은 “돌담길 연결은 역사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돌담길 개방을 시작으로 이곳이 한국과 영국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화한다면 양국 우호관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헤이 대사는 “이번 MOU는 주한 영국대사관이 덕수궁 돌담길 개방에 대해 서울시청과 계속해서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향후 관건은 대사관 일대 개방으로 인한 보안 문제다. 당초 영국 대사관 측은 최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이 벌어지자, 외국 외교관에 대한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돌담길 개방에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실제 이날 찰스 헤이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대사관 직원 안전문제가 가장 우선인데, 보안요건이 충족된다면 (돌담길 개방 문제를) 해결할 수
이에 서울시 측은 “돌담길 운영 세부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대사관 보안 문제 해결 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덕수궁 돌담길과 인접한 덕수초등학교 일대 보행도로도 순차적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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