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고 싶었는데…”
스승의 날인 15일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제자를 구하다 유명을 달리한 고 남윤철 교사의 묘지 앞에 이제 어엿한 성년이 된 옛 안산 단원고 제자 3명이 카네이션이 담긴 꽃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새벽부터 안산에서 먼 길을 달려왔지만, 이제는 사제의 인연을 맺은 고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스승은 영정 속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제자들을 맞이했다. 이승과 저승으로 갈려 있다는 현실이 새삼 또렷해지면서 제자들은 울컥 서글픔이 북받쳤다.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릴 수 없는 까닭에 제자들은 묘비를 쓰다듬어야만 했다.
제자들이 추억하는 고인은 친구처럼 다정했고 언제나 자신들을 지켜봐 주던 가슴 따뜻한 스승이었다.
이곳을 7번째 방문했다는 박승주(21)씨는 “친구 같았고 편안하게 학생들을 대해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그는 “스승의 날 때 자주 찾아뵙고 잘해 드렸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하며 말끝을 흐렸다. 박씨는 스승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남 교사의 사진을 여전히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었다.
박혜성(21)씨는 “곧 입대해 자주 찾아뵙지 못할 것 같아서 인사를 드리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지웅(21)씨는 “선생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제자들을 돌보실 분이에요. 그런 선생님을 한없이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애정을
제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위로하듯 묘지 앞에 놓인 영정 속 고인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산 단원고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던 고인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절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구하다 생을 마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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