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범인 최씨는 한국 사회의 ‘외로운 늑대’다. 사회에 분노를 표출하는 외로운 늑대형 범죄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최근 불거진 사상 초유의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이 한국사회에 이 같은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들이 폭력성을 키워 불특정 다수에 테러를 가하는 사례가 보다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범행 동기가 없는 ‘묻지마 범죄’와 달리 ‘외로운 늑대형’ 범죄는 사회를 향한 분노를 품고 있어 범행 타깃이 보다 광범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은둔형 범죄자, 혹은 자생적 테러리스트 등을 의미하는 외로운 늑대는 올초 10대 김모군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에 가담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번 총기난사범인 최씨의 경우 군 복무시절부터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4번이나 보직을 변경하는 등 조직 내부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가족들의 진술과 최씨 유서 등을 토대로 그의 범행이 사회구성원 다수를 상대로 한 ‘외로운 늑대형’ 범죄라고 입을 모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씨가 과거 괴롭힘을 가한 이들에 대한 분노와 함께 자신이 적응하지 못한 사회를 겨냥해 무차별적 분노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씨와 같은 무차별적 분노범죄는 지나치게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며 “어느 정도 개인적 행동이 허락 받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구성원 간 친밀함을 강권하는 문화 때문에 더욱 비적응자가 외로운 늑대로 바뀔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올초 발간한 ‘2015 치안전망’ 보고서에서 장기간의 국내 경제불황과 다양한 사회갈등 등으로 국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사회적 적대성을 가진 이들의 테러 증가 가능성을 예고했다.
지난 2012년 경기도 의정부역에서 공업용 커터칼을 휘둘러 승객 8명을 다치게 한 유모(42)씨 역시 이웃과 격리된 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오다 사회에 분노를 표출한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왕따→은둔형 외톨이→외로운 늑대’로 바뀌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위험성을 지적한다. 그는 “한국에서 이른바 한번 ‘왕따’는 영원한 왕따가 된다. 학생 시절의 왕따가 사회에서 여전히 왕따가 되고 결국 범죄자가 된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포용하는 문화와 분위기”라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죄를 그저 환자로 치부하고 ‘그 사람은 원래 그랬어’라는 식으로 낙인을 찍고 끝난다면 앞으로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용 기자 / 박윤예 기자 /안갑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