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무속인인척…“아들 살리려면 돈 가져와라”

무속인과 무속인의 손녀인 것처럼 연기하며 현금을 절취한 중국인 4명이 덜미를 잡혔다.
19일 혜화경찰서는 조선족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무속인 연기를 하며 총 2회 동안 2000여만원을 절취한 중국인 피의자 가모씨(42·여)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선족들 중 미신을 잘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 중 무속인의 손녀 역할을 맡은 가씨는 지난 해 8월6일 종로구 소재 모 호텔 앞에서 조선족 송모씨(59·여)에게 접근했다. 가씨의 할아버지이자 가상의 유명 무속인 ‘황선생’ 연기를 한 양모씨(42)는 전화 통화로 “3일 안에 아들이 사망할 수 있으니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가져와 정화해야 한다”고 송씨를 현혹했다.
송씨가 현금 등 1900만원에 상당하는 재산을 가져오자 가씨는 그것을 가방에 넣게 한 후 송씨의 손을 씻어주는 ‘의식’을 벌였다. 정화 의식을 벌이는 사이 가방에 돈 대신 물통을 집어넣는 방법으로 이들은 송씨의 재산을 가로챌 수 있었다.
동갑의 ‘할아버지와 손녀’는 열흘 동안 가방을 열어보지 않아야 액운을 막을 수 있다고 한 후 일주일만에 출국했다.
이들은 연말에 다시 입국해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지르다 덜미를 잡혔다. 작년 12월18일 또 다른 조선족 천모씨(70·여)에게 접근해 100만원 상당을 절취한 후 하루 뒤에 바로 출국한 것이다. 경찰은 범행을 위해 이들이 또 다시 입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출입국사무소에 일당에 대한 ‘입국 통보’를 미리 요청해 이달 12일 공항에서 이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은 구속된 네 명의 피의자가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수사 중이며, 아직 입국하지 않은 피의자 2명을 계속 지명수배 중이다.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