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측근에서 날 돕고 있는 직속부하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혹시 이전 부하처럼 내 뒤통수를 때리고 배신하진 않을까? 리더들이면 한번쯤 드는 생각이다.
배신감이란 처음에는 믿었는데 나중에 그 믿음을 무색케 하는 행동을 하니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니 애초부터 믿지 않았다면 배신감이라는 감정은 성립되지 않을 것이고 리더가 받는 타격감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배신감으로 고통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의외로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최측근 부하 중 누군가는 ‘저 친구는 다 좋은데 너무 솔직해서 탈이다’라는 평가를 내린다. 자기에게 쓴 직언을 잘 한다고 흐뭇해 하기도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필자는 꼭 그 리더와 부하를 잘 기억해 놓는다. 그리고 몇 개월이든 몇 년이든 그 둘의 관계가 어떻게 풀려나가는지를 틈틈이 들여다본다. 신기하게도 이런 말이 나오는 리더-부하의 관계는 정말이지 훌륭한 결과(성공) 혹은 최악의 결과(배신) 등 극과극 둘 중의 하나가 대부분이다.
전자는 그래도 이해가 가는 편이다. 수많은 리더십 강좌나 자기계발서가 한 목소리로 리더들에게 ‘솔직하게 직언하거나 불편한 질문을 하는 사람을 중용하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후자의 비극은 어떤 경우와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는 큰 배신을 굉장한 아첨꾼(이른바 전형적 간신)이 저지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조직에서 리더에게 큰 배신을 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은 경우 솔직한 사람이다. 더 정확하게는 진정으로 솔직한 것이 아니라 ‘리더의 눈에만 솔직하게 보이는 사람’이겠지만 말이다. 왜 그런지 한 번 알아보자.
사실, 솔직함 그 자체는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다. 솔직한 사람은 정직한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정직함은 최고의 능력이자 덕목이다. 캐나다 켈거리 대학의 이기범 교수에 의하면 정직성이 낮으면 다른 어떤 품성이나 능력이 좋다 하더라도 아주 좋지 못한 유형의 사람들이 만들어진다. 가령 정직하지 않은데 성격은 원만하면 ‘아첨꾼’이며, 원만하지도 못하면 ‘이기적인 싸움닭’이다. 정직하지 않으면서 외향적이면 ‘자아도취적인 인물’이며 반대로 내성적이면 ‘거만한 고집쟁이’일 가능성이 크다. 정직하지 않는 사람이 성실하면 ‘자기밖에 모르는 음모에 가득 찬 야심가’이며 나태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인물’이다. 따라서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리더에게든 조직에게든 득이 될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문제는 조직의 내부에서는 이른바 ‘윗사람에게는 정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당연히 리더 앞에서 숨겨 왔던 이기심, 자아도취감, 거만함, 나태함 등을 리더 앞이 아닌 어느 순간에 보일 가능성이 크다. 어디에서 긴장을 풀고 보일까? 그 답은 당연하다. 자신보다 많이 약한 사람이다.
사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준의 리더는 아첨하는 부하를 오히려 경계한다. 문제는 자신에게 직언하는 것처럼 소신 있어 보이는 부하인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최악을 향해 나간다. 이들은 촌스럽게 부정직한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부정직한 사람이다. 이들은 소리소문 없이 조직의 다수에게 ‘정직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의식을 심어준다. 따라서 리더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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