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승무원, “조현아 엄벌” 탄원서 낸 까닭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22일 오전 10시)를 앞두고 승무원 김 모씨가 지난 주말 조 전 부사장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했던 김씨는 탄원서에서 “조 전 부사장을 모신 14시간의 비행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 갇혔던 기억”이라며 “조 전 부사장 일가가 두려워 회사에 돌아갈 생각을 못하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건 초기에 대한항공이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교수자리를 언급했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김씨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경력과 평판에 피해를 봤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뉴욕주 퀸스 카운티 법원에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씨가 조 전 부사장의 항소심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탄원서를 제출한 이유는 뭘까.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 법원에서만 인정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배심원이 될 일반 국민들에 대한 여론이 매우 중요하다”며 “따라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중형이 선고되고, 김씨에 대한 한국에서의 동정 여론이 강하면 김씨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 법률 대리인은 “조 전 부사장은 김씨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그러나 미국에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후에는 미국 소송의 특성상 양쪽을 대리하는 미국 변호사들끼리 미국 소송을 통해서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재판 과정을 통해서 회사가 김씨에게 교수직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언제든지 업무 복귀가 가능하도록 회사에서 모든 조치를 취했으나 미국 소송 전략상 휴직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구속된 이후 5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월 12일 1심에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4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 4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고, 조 전 부사장은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