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드라마에서 아버지가 세 자녀를 상대로 ‘불효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찾아오지도 않고, 재산의 명의이전을 요구하는 자녀들에게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데 들어간 비용을 갚으라는 소송이었다.
드라마 속 설정과 비슷한 상황이 광주지법에서 벌어졌다.
A씨는 지난 1월 아들 B씨를 상대로 1억4400만원을 지급하라는 ‘불효소송’을 냈다. 성인이 되기까지 아들을 20년 간 키워줬음에도 부양을 소홀히 했다며 하루에 2만원씩 계산한 것이다. A씨는 교도소에서 뇌출혈 등 지병을 앓으면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들이 이를 외면하고 약과 돈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광주지법 민사 12부(부장판사 황정수)는 최근 A씨가 아들을 상대로 낸 불효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부양하는 것은 의무라서 그에 들어간 비용을 돌려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자녀 양육은 부모의 의무이고 A씨의 주장만으로는 아들이 불효했다거나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거나 양육을 조건으로 부양을 소홀히 한 자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법원이 집계한 부양료 지급 청구소송은 2002년 98건에서 2010년 203건, 2013년 250건으로 늘어났다.
불효소송 대부분은 부모의 패소로 끝난다.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부양 의무에 대한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부모 부양에 대한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수원지법은 C씨가 부양의무를 게을리 한 장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증여재산 2억원을 반환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모에게 막말을 하고 식사도 제때 차려주지 않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면서 “잘 모시기로 한 확인각서에 기한 증여계약은 부담부 증여로 피고
김재현 변호사는 “부모가 미성년자를 양육하는 것은 분명한 의무이고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2차 의무를 가져 경제적인 형편과 증여시 조건 등을 따져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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