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항공사 객실 승무원의 병가율이 일반직보다 23배 높으며, 잦은 비행에 따른 시차·야간근무·우주방사선 노출·감정노동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26일 이기일 항공정책연구소 소장이 최근 발표한 '국제선항공승무원의 노동환경과 국외근로비과세 공평성 연구' 논문을 보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020560] 객실 승무원 3천837명 가운데 40%인 1천525명이 병가를 냈습니다.
척추질환과 중이염 등 이비인후과 질환, 장염·위염 등 내과질환이 주된 병명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일반 직원 3천907명 가운데 병가를 쓴 사람은 1.7%(66명), 조종사는 1천297명 가운데 12.9%(167명)로 승무원의 병가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병가 현황은 아시아나항공이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입니다.
이 소장은 "미국항공승무원연맹의 연구로는 승무원의 유방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30% 높고, 이는 비행시 우주방사선에 노출되기 때문"이라며 "승무원이 피부암에 걸릴 확률 또한 일반인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장은 국적 항공사 승무원과 조종사의 비행시간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너무 많다고 지적합니다.
대한항공[003490] 국제선 객실승무원 20명의 5월 비행일정을 분석한 결과 한 달 평균 19일 동안 91시간 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1년 사이에는 평균 220일 동안 1천14시간을 비행했습니다.
이 소장은 "외국 승무원의 한 달 평균 비행시간은 50∼80시간으로 알려졌다"며 "국적 항공사들은 승무원의 연평균 비행시간이 700시간이라고 밝히지만 이는 병가자·교육자·보직자 등 실제 비행을 하지 않는 인원을 포함한 수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장은 대한항공 조종사 15명의 비행일정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비행시간은 899시간으로, 유럽 메이저항공사인 에어프랑스 조종사들의 비행시간(500∼600시간)보다 30% 이상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소장은 구체적으로 시차, 야간근무, 우주방사선 노출, 감정노동이 승무원들의 건강에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시차 1시간에 따른 생체 리듬을 회복하려면 대략 하루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우리나라 승무원들은 한 달에 미주와 유럽, 동남아 국가를 4∼7차례 왕복합니다.
서울과의 시차는 유럽 쪽은 7∼8시간, 미주 쪽은 13∼19시간이라 잦은 생체리듬의 혼란이 건강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이 소장에 따르면 3만피트 이상 고도에서 이뤄지는 야간근무는 유방암 등 발병률을 높이고 만성 소화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뉴욕을 4번 왕복 비행하면 원전에서 1년 동안 일하는 직원과 같은 양의 방사능을 쬐게 됩니다.
이 소장은 무엇보다 "객실승무원은 다양한 승객에게 개인감정을 감추고 통제하며 대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러한 감정노동 탓에 육체적, 정신적 건강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항공승무원의 건강문제는 항공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정부는 승무원의 과도한 비행시간을 감축하고 적절한 피로위험관리를 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소장은 조종사·승무원의 국외근로 비과세 한도가 월 100만원에 머물고 있어 월
대한항공 경력 15년 기장의 연봉은 1억2천여만원, 경력 10년 승무원 연봉은 5천634만원이며 연장, 야간, 휴일 수당 등이 추가됩니다.
이 소장은 "고임금으로 소문났지만, 해외건설 근로자와 비교하면 조종사 연봉은 비슷한 형편이고 객실승무원은 절반도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