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초대형 서비스 기업 탄생…오너 일가 지분 30.4%
↑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사진=삼성물산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전격적으로 합병을 결의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7월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9월 1일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기준 34조원으로 건설·상사·패션·리조트·식음료를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 서비스 기업이 탄생합니다.
양사는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를 강화해 2020년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의 최대주주로도 참여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 4.9%를 각각 보유해 지분 합계가 51%를 넘습니다.
이런 시너지 효과 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합병 결의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 보유 현황이 일정부분 바뀌게 됩니다.
현재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 16.5%를 갖게 됩니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현재 제일모직 지분을 각각 7.8%씩 보유하고 있는데, 합병 후에는 합병회사 지분 5.5%를 보유하게 됩니다.
이건희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3.4%, 삼성물산 지분 1.4%를 갖고 있는데 합병 후에는 합병회사 지분 2.9%를 보유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은 30.4%에 달하게 됩니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기준 주가에 따라 1대 0.35로 합병을 결의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오너 일가 지분이 30%를 약간 초과함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됩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인위적으로 오너 지분을 30% 아래로 줄여 규제를 피하려 할 수도 있었지만 삼성이 이런 우회로를 택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지분 변화가 대주주 과세에 미치는 영향도 현재로선 변동이 없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순환출자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습니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기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게 되면 순환출자 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또는 합병회사인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로 단순화합니다.
삼성그룹의 기존 계열사 출자현황을 보면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습니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 합병회사(삼성물산)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게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후 16.5%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합병회사의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그룹 핵심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0.6%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지난주 그룹의 상징적인 자리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데 이어 그룹 승계를 위한 하나의 포석이 될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그동안 수차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30개가 넘는 기준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어왔는데, 이번 합병 결의를 통해 삼성물산이 생명과 전자를 지배하는 일차적 단순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제일모직 소재부문-삼성SDI 합병 결의(2014년 3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결의(2014년 9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2014년 11월), 삼성SDS 상장(2014년 11월),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한화그룹으로 매각 결정(2014년 11월), 제일모직 상장(2014년 12월) 등 일련의 재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 작업은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지주회사 추진 작업도 당장 시동이 걸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지주회사 시나리오는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홀딩스(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제일모직 또는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 삼성생명을 금융중간지주회사, 제일모직을 제조부문 중간지주회사로 각각 전환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