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8일만에 감염자가 7명으로 늘었다. 게다가 방역 당국은 환자 가족의 환자 접촉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격리대상자가 해외로 출국한 일이 벌어졌다.
뒤늦게 정부는 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다시 조사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신체 접속 등과 같은 밀접한 접촉이 없었던 사람까지 메르스에 감염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세번째 메르스 환자(76) 아들인 K(44)씨가 지난 16일 B병원 2인실에서 아버지를 4시간 가량 문병했지만 격리되지 않은 채 열흘 간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26일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병실에는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였던 A(68)씨가 함께 입원해 있었다.
K씨는 병문환 이후 19일 발열 증상이 처음 발생했고 22일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체온이 37.7도로 의심환자 발열 판단기준(38도 이상)에 미치지 않았다. 지난 25일 38.6도로 체온이 올라 병원 응급실을 다시 찾았고, 이때 의료진이 중국 출장을 취소할 것을 권했지만 K씨는 26일 중국에 입국했다. 의료진은 27일에야 보건 당국에 K씨 진료 사실 등을 신고했다.
뒤늦게 K씨가 메르스 밀접 접촉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질병관리본부는 K씨 부인, K씨가 방문한 의료기관 의료진 10명, 직장 동료 180명 중 밀접 접촉자, 항공기에서 K씨 좌·우·앞·뒤 각 3열 사이에 앉았던 승객들을 찾았지만 1명을 놓친 탓에 수백 명에 가까운 감염 의심자를 더 찾아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K씨는 중국 대형병원 1인실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에 대한 무한 책임은 방역 당국에 있는 만큼 국민에게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의심 환자 2명이 이날 메르스 감염자 확진을 받았다. 6번째 환자는 당국이 분류한 ‘밀접 접촉자’가 아닌데도 감염됐다. 밀접 접촉자란 환자와 2m 이내에 머문 경우, 같은 방에서 진료·처치를 받은 경우, 환자 호흡기 분비물과 직접 접촉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 7번째 환자는 첫번째 환자를 진료한 간호사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 이로써 한국은 중동을 제외한 지역에서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가 됐다. 전북 정읍에서 자진 신고한 메르스 의심 환자는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질병관리본부는 6번째 환자의 정확한 동선을 파악해 감염 경로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자가 격리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감염 의심환자가 머물던 집에서 다른 가족들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2차 감염자를 통해서 전파되는 3차 감염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환자들 증상 발현 시기를 고려하면 3차 감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동안 메르스는 전염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국제적으로 1명의 메르스 환자는 평균 0.7명을 전염시킨다고 보고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환자 1명에게서 벌써 6명이나 전염됐다. 평균 전염력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정부는 이날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에서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이 주재하는 회의를 열고 그동안 질병관리본부에서 주관하던 메르스 관련 대책본부를 보건복지부 차관이 총괄하는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로 격상시킨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모든 밀접접촉자에 대한 전수 재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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