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 전 영국 런던대 입학시험을 치러 갔을 때입니다. 13문항 중 3개를 골라 답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단 한 문제도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2일 정미령 옥스포드대 명예교수(71)는 매경닷컴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런던 유학 생활 중 겪었던 첫 대학 입학시험 얘기를 꺼냈다.
“당시 눈을 감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반복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스스로 시험문제를 만들고 거기에 답을 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결국 대학 입학시험에서 시험문제를 직접 만들고 거기에 답까지 쓴 기상천외한 답안지가 탄생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창의성이 남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합격 소식을 받고 자신에게 이같은 평가를 내린 영국의 교육철학에 매료됐다.
정 교수는 “이것이 바로 교육의 목적이라고 여겼다”라며 “이후 영국의 교육철학에 매료됐고 12년간 아동교육심리와 인지발달 등 관계 학문에 푹 빠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최초의 한국인 교수다. 그는 지난 1985년 당시 지배적이던 아이큐 이론에 반박해 ‘인지능력의 다양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해 옥스포드대 교수로 특채 선임됐다. 정년퇴임을 한 지금은 명예교수위원으로 대학 내에서 활동하며 연구 생활과 집필, 학생 선발을 돕고 있다. 아동 발달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그는 대학으로부터 공동 연구실을 평생동안 사용할 수 있는 특혜도 받았다. 대학이 낸 문제를 맞추지 못한 학생에게 영국은 평생 연구실을 제공한 셈이다.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특별하게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고 스스로 택한 직장에서 평균보다 높은 능력을 발휘해 지도자가 되면 그것이 사회적 인재”라고 설명했다.
그가 내세운 ‘인지 능력의 다양성’ 연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시작한다. 과거 ‘타고난 특성’으로 여기던 적성이 실은 유전자중 우수한 것이나 또는 특별하게 약한 것이 환경적 영향을 받아 발달된 것을 의미한다는 게 그의 요지다. 결국 한 아이의 적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언어, 정서, 영양, 기후, 전통 등 수많은 환경적 요인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적성이 잘 발달하면 인재가 된다.
인재가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시간 관리다. 정 교수는 10살 무렵 평범했던 아이가 가장 지능이 발달할 수 있는 11~16세에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 시간관리법을 체득함으로써 18세에는 자신이 전공하길 원하는 분야를 명확하게 알고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지발달 단계로 볼 때 10대는 자신의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시기고 이 시간동안 24시간을 조화롭게 보낸다면 평범한 아이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시간 관리의 핵심은 주어진 시간을 자신의 발전을 위해 적시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시간을 잘 활용해 우수한 과목은 짧은 시간 내 더 잘하도록 만들고 못하는 과목은 속도가 느리더라도 포기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린시절 지적경험을 많이 쌓고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사회성을 발달시켜야 정상적인 사춘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의 경험도 필요하다. 아이가 사회성과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 입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건이 어렵다면 국내에서 해외 미디어를 접하는 과정이라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이어 최근 한국 엄마들에게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는 적성검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그는 “어린이의 천재성이 일상생활에서 확연하게 나타날 때 그 방면에서 테스트를 받아 천재성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잦은 적성검사 보단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스스로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이 때 시간관리법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등학생의 경우 적성검사를 통해 직업 성향이나 미래에 전공을 하고자 하는 과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측정할 순 있다곤 지적했다.
그는 국내 학부모를 향한 첨언도 잊지 않았다.
정 교수는 “영국의 어머니는 학교 교육은 학교에 전적으로 맡기고 자녀와 마주 않아 학교가 제공한 자녀의 평가에 대해 진솔하게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엮을 줄 안다”면서 “한국도 교육은 교사에게 맡기는 정상적인 교육문화 풍토를 되찾고 부모는 식탁에서라도 자녀와 마주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일기가 도움이 된다. 그는 자녀의 성장을 정기적으로 기록하고 아이에게 일기를 쓰게 해 그것과 비교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도 자신의 일기를 스스로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일기와 학교 성적, 교사가 학교에서 관찰한 학습 태도 등을 종합해 과학적으로 분석할 때 진학지도에 성공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올해 여름 영국 연구교육기관인 Oxford Tutorial Academy(OTA), 매일경제와 공동으로 ‘2015 영국 청소년 리더스 캠프’를 연다. 11~16세를 대상으로 다음달 27일부터 약 3주동안 옥스퍼드대에 머물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고 인재가 되는 맞춤형 학습을 제공한다. 그와의 1대 1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정 교수는 “여름에 옥스포드대를 찾아 교육을 받고갈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훈련을 받을 것”이라며 “시간관리법을 익히고 영어 외에도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기를 제대로 쓰는 방법도 가르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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