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메르스 비상에 걸린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이 미국 출장을 강행했다.
유 시장은 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6박 8일(4~11일) 일정으로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유 시장은 LA에서 20세기 폭스사를 방문해 영종도 투자 방안을 논의하고, 1호 자매 도시인 버뱅크스를 방문해 양 도시간 공동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8~10일은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도시정상 시장 포럼에 참석해 인천의 도시 개발 사례를 세계 도시 정상 앞에서 발표한다.
그러나 일정 대부분이 투자 유치 논의와 공식 행사 참석으로 짜여져 일의 우선 순위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 시장이 방문할 폭스사는 전에도 인천에서 책임자급 만남이 이뤄져 순연이 가능한데다, 포럼 사례 발표도 세계 82개 도시중 한곳에 불과해 충분히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상황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인천시에는 메르스 환자 접촉자와 의사 14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잠복기 14일이 지나지 않아 추적 관찰 중인 환자가 있다.
만약을 대비해 지난 2일부터는 방역대책반을 방역대책본부로 격상하고 24시간 대응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 시장의 해외 출장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의심 환자도 모두 음성판정이 나 중요한 투자 유치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면서 “현지에서 수시로 메르스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박영선 씨(44)는 “모두가 공포에 떠는데 시민 건강 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있느냐”면서 “지역 방역을 책임져야 할 시장이 최대 고비인 시기에 자리를 비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6~8일 중국 대외연락부 초청으로 예정된 중국 방문과 다음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순회 연주 참석을 취소했다.
채성령 경기도 대변인은 “중국에서 주요 인사와의 만남도 예정돼 있었지만 메르스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모든 출장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경기도에서는 지방의원들이 잇따라 해외연수를 떠났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일 미국으로 출국해 10일까지 해외연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 용인시의회 일부 의원은 헐리우드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집중 비난을 받았다.
충북 괴산군의회, 울산 울주군의회 등도 메르스 여파로 해외연수를 취소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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