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던 간병인이 이 병에 걸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간병인이 병실 내 ‘감염 취약지대’인 만큼 해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간병인은 6인실 등 북적이는 병실에서 장기간 환자를 돌봐야 해 각종 감염에 노출되고 2차 확산을 일으킬 위험성이 크지만 이를 예방할 교육이나 제도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간병인 A(64·여)씨가 대표적 사례다.
A씨는 지난달 28~29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5인 병실에서 환자를 간호하다 같은 공간에 입원한 메르스 전파자(환자 15번)에게서 병이 옮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달 29일 보건 당국에서 ‘15번 환자가 메르스가 의심되니 감염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검사를 거부했다.
병원 측은 당시 A씨가 고열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후 자기 집에 격리됐지만, 당국 지시를 어기고 외출을 했고 감염 위험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서울 자택 근처의 의원에서 수차례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건 당국에 조사됐다.
A씨의 본래 의도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많은 이웃이 메르스 전파의 불안감에 떨게 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 간병인 중개 업체 관계자는 “간병인이 박봉에 일이 힘든 직종이라 감염 문제를 알아도 관심을 두기 어려운 경우가 잦다”며 “간병인이 사실상 ‘프리랜서’라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을 업체가 밀착 관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9일 기준 메르스 누적 확진자 95명 중 간병인은 A씨를 포함해 3명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간병인과 환자 가족이 비좁은 병실에서 환자와 숙식을 함께하는 한국 특유의 환경에서는 크고 작은 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전국 26개 의료기관(환자 36만2000여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간병인·보호자가 상주하는 병동의 ‘병원 내 감염’ 발생률은 ‘1일·1000명당 6.9명’으로, 간병인·보호자가 상주 못하는 병동(2.1명)보다 수배 더 높았다.
요로 감염(방광·요도·신장 등에 대한 감염) 발생률도 간병인·보호자 상주 병동이 1일·1000명당 6.8명으로 1.8명인 비(非)상주 병동을 크게 웃돌았다.
안형식 교수는 10일 연합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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