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가 터진 후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36) 일과는 오전 5시 반 시작된다.
매일 새벽같이 출근하면 오전 환자 회진이 시작된다.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8명의 환자를 살피는 것이 그와 의료팀 일이다. 회진을 돌려면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방호복을 입는데 20분이 걸린다. 이후 회진을 도는데 1시간, 다시 옷을 벗는데 20~30분이 소요된다.
김 교수는 “회진을 다니며 새로운 환자를 만날때마다 덧신, 장갑 등은 버리고 새로운 보호장구를 착용한다”며 “회진이 끝나면 이를 벗어야하는데 혼자 벗을 수 없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하므로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8명 환자 중 4명이 증세가 호전돼 퇴원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4명 중 2명은 열 외엔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선 응급상황에 대비해 중환자인 경우 환자별로 1명씩의 전담 간호사도 배치했다. 방호복을 갖춰입고 환자 곁에서 생활해야하는 고된 일이다. 김 교수는 “피로도가 극심한 상황이지만 잘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긴장 속에서 장시간 근무로 인해 육체적 피로감이 큰 의료진을 괴롭히는 것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다. 김 교수는 “국립중앙의료원이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면서 의료진의 자녀들이 유치원에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며 “나도 이 병원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우리 가족들이 상처를 입는 말들을 듣기도 했는데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그는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은 자발적으로 나선 분들”이라며 “모두가 의료진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메르스에 대처하고 있다”는 말을 끝으로 환자가 있는 병동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성모병원에는 ‘메르스가 의심되는 자는 응급실 앞 메르스 임시진료소를 방문해달라고 하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여있다. 임시진료소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임지용 교수(35)는 전신 방어복을 벗으며 숨을 돌렸다. 10일 하루 10명의 의심환자가 임시진료소를 거쳐갔다.
메르스 의심환자를 최전선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임 교수는 “의료인이라면 알겠지만 건강한 사람은 사망할 확률이 낮다”며 “응급실은 나의 일터이고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나의 일”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메르스환자이든 기존 환자이든 다 소중한 환자이다. 모든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받을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의료진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안전요원들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안전요원으로서 모든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정재우 씨(36)는 “더 이상은 메르스가 확산되면 안 된다는 각오로 일에 임하고 있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언제든지 메르스 확진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직접 대하는게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정씨는 “무섭긴 해도 전염병을 차단하는 대학병원의 역할에 충실한
정씨는 출입구에 설치된 열상감지 카메라를 보고 체온이 37도 이상인 사람들의 체온을 전부 측정했다. 만약 체온이 계속 높게 나오면 병원 본관건물 밖의 메르스 임시진료소로 사람을 보내 필요한 진료를 받게 한다. 이영욱[안갑성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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