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 사망자가 나온지 2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아무런 대비가 없었다. ‘설마 한국에도?’라는 안이한 대처가 메르스 창궐의 자양분이 됐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글로벌의학센터장)를 17일 만나 메르스 사태에 대해 물었다. 그는 두번(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의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겪고도 아직 우리나라가 감염병에 대비하는 사회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신종플루 이후 예산을 들여 ▲격리병상 전국적 확대 ▲시·도 별 진단장비 확보 ▲중앙정부에 생물안전 4등급(BL4) 기관 건립 ▲예방접종 강화 ▲인천공항 검역소 설치 등을 이행해 인프라라 할 수 있는 부분은 갖췄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병원 감염에 대한 투자나 대비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는 잠복기가 길어 입국 후 발병해 지역 병원에 오기까지 시나리오를 다들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우선 전문가들이 선제적 경계에 나섰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에 사우디에서 메르스 첫 사망 환자가 나왔을 때 우리나라에 유입될 가능성을 점치고 대비할 기회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공항에서 중동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메르스에 대한 알림도 없다시피 했다”며 “‘설마 우리나라에 들어올까’라는 안이한 생각이 이번 사태를 만들어 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허둥대는 보건당국, 메르스 대유행 진앙지가 된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첫 확진환자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누구 책임이냐고 나눠서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설령 첫 환자가 메르스를 옮아왔다고 해도 우리 사회시스템이 튼튼히 구축돼 있었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가 확산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병원의 안전성을 과신했다는 점”이라며 “병문안 등 한국적 정서가 안전 의식을 약화시켜 병원 감염을 더욱 부채질하게 만들었다. 이게 독일과 한국의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병원 시설이나 기술은 수준급일 수 있지만 환자 안전에 대한 부분은 미흡한 점이 많다”며 “환
이어 “정부가 위기 상황내 소통에 미숙한 측면이 있다”며 “언제 지나면 괜찮다는 막연한 말보다 메르스가 완전히 떠날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점을 강조해야한다”고 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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