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최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이주노동자의 노조 설립’ 소송에서 대법원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선택했다. 대법원이 25일 국내에서 취업할 자격이 없는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고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2007년 접수됐으나 충실한 심리를 위해 자료 수집 및 연구 조사, 제반 사정 반영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5년 처음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된 뒤로 이번 대법원 확정까지 10년 걸렸다. 그만큼 대법원은 충실한 심리로 결론내렸다고 자평하지만, 정당하게 입국한 외국인과 불법 체류자 사이에 권리상 차이를 두지 않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은 180만명인데, 이 가운데 불법 체류자는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외국인 9명 가운데 1명은 불법 체류자인 셈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 또한 과연 불법인 줄 알면서 일한 사람에게도 근로자로서 권리를 줘야할지 여부였다. 정부는 불법 체류자를 적발하면 바로 추방하며 이들을 고용한 사용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그만큼 불법 체류자가 국내 사업장에서 일하는 행위 자체를 엄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외국인이 몰래 일하면 사실상 적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최근 들어 오원춘 사건 등 외국인 범죄가 늘어나며 출입국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했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은 자격을 얻지 않는 외국인을 추방하려는 취지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지 못한 것일 뿐, 불법으로 체류한 외국인이 제공한 근로에 대해 국가가 권리를 부여하지 못할 근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국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불법 체류를 방조한 데 따른 책임을 기업이 져야 한다는 취지여서 향후 반발이 예상된다. 심지어 불법 체류로 국외로 추방된 외국인이 국내 변호인을 선임해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노동조합 설립 및 가입을 허용해도 부작용을 극복할 만한 여건과 국가적 저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재계는 사법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반응 속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동계의 총파업 예고로 생산현장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까지 노조설립에 나설 경우 특히 중소·건설 기업을 중심으로 노사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은 25일 대법원 판결 소식이 전해진 후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3권을 존중한 판결로 보인다”면서도 ”실질적인 노동조합 활동,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이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체류자격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번 판결은 이같은 현실적인 산업현장
[채수환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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