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덜 깬 상태에서 골프장 카트에 타다 떨어져 부상을 입은 골퍼에게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카트를 운전한 캐디가 부주의했다고 일부 인정했지만 무리하게 골프를 친 골퍼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청구액의 10%만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카트에서 떨어져 다친 A씨가 골프장에게 1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억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7월 동료들과 1박2일 일정으로 골프 여행을 떠났다. 그는 도착 당일 골프를 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소주 2병 반과 맥주를 마셨다. 다음날 아침 7시에도 골프를 치기로 약속했지만 A씨는 과음한 것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아 스트레칭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골프를 치지 말라고 동료들이 만류했지만 A씨는 칠 수 있다고 우겼고 실갱이가 벌여졌다. 결국 캐디가 운전하는 카트를 타고 그는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문제는 카트에 타고 나서 시작됐다. A씨는 카트에 타자마자 졸기 시작했고 캐디는 내리막길을 혼자 운전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다른 직원에 도움을 요청하려 카트를 잠시 세웠다. A씨는 카트를 멈춘 순간 중심을 잃고 쓰러져 카트 밖으로 떨어졌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크게 다쳤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과음해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골프를 치려고 했다며 A씨 과실 비율을 90%, 골프장 과실을 10%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캐디가 A씨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무리하게 골프를 치러 나간 사람에게 더 큰 과실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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