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연산마을. 위양천을 가로질러 이 마을과 국도 31호선을 연결하는 연산다리(폭 9m, 길이 35m) 인근은 다리 복구를 마무리하고 호안 정비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8월25일 이 곳에는 시간당 최대 120.5㎜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다리가 무너졌다. 울산 울주군은 이달 중순이면 공사가 끝난다고 밝혔으나 공사 현장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 지난해 폭우로 무너진 울산 울주군 서생면 연산다리와 주변 복구 공사가 아직 진행중이다. 이 다리 복구 공사는 당초 지난 5월 마무리될 계획이었으나 한달 넘게 늦어지고 있다. |
이 마을 신동대 이장(69)은 최근 ‘근본적인 침수 대책을 세워달라’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울주군에 전달했다. 신 이장은 “연산다리를 지나면 10m가 넘는 하천 폭이 2~3m로 좁아져 비가 많이 오면 늘 물이 넘친다. 없어진 다리 다시 만든다고 비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고 계속 군에 건의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좌광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현재 좌광천은 어디가 하천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은 채 곳곳이 파인 채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8월 시간당 최대 130㎜의 폭우가 쏟아져 범람하면서 좌광천 주변 주택과 상가 100여채가 물에 잠겼다. 하지만 복구 공사는 보상 문제 등으로 올해 3월에야 시작됐다. 현재 공정률은 37%로 오는 9월 말 끝날 예정이다. 그 전에 큰 비가 오면 올해도 수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인근 주민 강모 씨(57)는 “이제 장마철이고 태풍 소식도 들리는 데 언제 하천이 불어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해 물난리로 큰 피해를 당한 주민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해를 겪은 일부 지역의 복구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거나 땜질식 복구로 또 다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비 피해로 전국적으로 2180건의 수해복구 공사가 진행됐고 이 중 2125건(98%)의 공사가 마무리됐다. 통계적으로는 복구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비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지난해 8월 폭우로 붕괴된 경북 영천 괴연저수지는 복구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당시 괴연저수지는 둑이 30m 가량 무너져 주택 15채와 농경지 5000여㎡가 침수됐고 3개 마을 주민 1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사고 직후 경북도와 영천시는 연말까지 저수지를 복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행정과 설계 절차에 발목 잡혀 지난 1년간 허송 세월만 보냈다. 이 저수지 복구 공사는 이달 중 시작해 내년 6월에나 완료될 예정이다.
울산 연산마을의 경우 땜질식 복구공사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마을은 하천으로 둘러싸여 있고, 일부 하천 구간은 폭이 좁아 비만 오면 범람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수해 복구는 유실된 시설물 복구와 주변 정비에 그치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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