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노예계약…“괴롭다…죽고싶다”

‘전화하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 존댓말을 한다.’
경남 함양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 노예계약을 강요당하는 등 괴롭힘을 당해 파문이 일고 있다.
8일 경찰과 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 학생인 A(18)군은 지난달 같은 반 친구인 B(18)군으로부터 ‘전화를 하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 방학이 끝날 때까지 자기말을 충실히 듣는다, 존댓말을 한다’ 등 구두로 사실상 노예 계약을 강요당하고 폭행을 당했다. 올해 새 학년이 시작하면서 가해학생인 B군이 “여름방학때까지 너는 내노예다”라며 A군을 괴롭혔고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저애는 내 노예다”라며 공공연하게 말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A군의 아버지가 아들의 일기장을 우연히 보고 괴롭힘을 당한 것을 알게 됐고 지난달 30일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일기가 대부분 ‘죽고싶다. 괴롭다’는 내용이어서 깜짝 놀랐다”며 “한번씩 아파트 거실에 창문을 열어놓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존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들이 매일같이 같은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B군에게 머리와 가슴, 어깨 등을 맞으면서 시중을 들어야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2학년때부터 아들이 B군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가해학생의 부모가 찾아와 사과해 용서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3학년에도 가해학생과 아들을 같은 반으로 편성해 폭행사건이 발생했다”고 학교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해당 학교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자치폭력위원회를 개최해 B군에게 출석정지 10일, 특별교육이수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같은 전공이다보니 같은 학급에 배정됐다”며 “가해학생에 대한 특별 교육 등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예각서는 쓰지 않았으나 B군이 ‘노예다’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A군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한 것은 맞다”며 “가해학생을 추가로 조사한 후 사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함양 = 최승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