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보가 발효된 서울 등 일부 지역에 10일 밤부터 11일 아침까지 올들어 첫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때를 말합니다.
이날 오전 6시 현재 서울(관측지점 종로구 송월동) 기온은 25.7도를 기록했습니다.
인천(25.5도), 목포(25.2도), 정읍(25.2도), 제주 고산(25.7도)에서도 열대야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열대야는 고온다습한 날씨와 동풍, 낮 동안의 폭염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제9호 태풍 찬홈(CHAN-HOM)이 고온다습한 성질의 북태평양 고기압을 한반도까지 밀어올린데다 전날 낮 폭염으로 인해 대기가 달궈졌다. 동풍이 불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기온이 오르는 '지형현상'까지 더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낮에 크게 오른 기온이 밤사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발생한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서울의 첫 열대야는 작년(7월9일)보다 이틀이 늦었다. 반면, 인천에서는 20일이나 빨랐고 목포·정읍·고산도 작년보다 12일이 이르게 찾아왔습니다.
열대야가 나타난 서울 지역의 시민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박상우(34)씨는 "아직 에어컨 청소를 하지 않아서 어젯밤은 선풍기로 버티려고 했는데 너무 더워서 새벽 2시가 될 때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며 "결국 에어컨을 틀고 나서 겨우 잠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연(29·여)씨는 "심야영화를 보고 자정께 밖으로 나왔는데 공기가 너무 후텁지근해 마치 사우나에 온 것 같았다"며 "아무리 여름이라도 밤이면 공기가 청량할 법도 한데 간밤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온실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정미나(28·여)씨는 "간밤에 찬물로 샤워를 두 번이나 했지만 더워서 잠이 오지 않아 오전 2시까지 뜬 눈으로 잠을 설쳤다"며 "며칠 전 휴가차 다녀온 동남아보다 더 더운 것 같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한강공원 곳곳에서는 텐트를 치고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이 부쩍 눈에 띄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배드민턴 등 운동을 하면서 더위를 이기는 모습도 많았습니다.
주택가 커피숍과 호프집 등은 더위를 피해 나온 손님들이 이어져 새벽까지 문을 여는 곳이 많았고 영화관들에는 심야영화로 무더위를 달래려는 손님들이 몰렸습니다.
주말인 11일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고 밤늦게까지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 이틀 연속 열대야가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는 서울·경기와 영서지방은 12일 아침 최저기온이 23∼25도로 전망됩니다. 서울은 12일 아침 최저기온이 24도로 예상됩니다.
늦은밤까지 30도에 가까운 무더위가 계속되다 제9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면서 새벽에 기온이 빠르게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는데다 흐릴 것으로 예상돼 대기상의 구름이 야간에 복사열 방출을 막는 '이불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보대로 내일 아침 최저기온이 24도까지 떨어진다면 열대야의 정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비가 오기 전까지는 무더위가 계속돼 잠 못 드는 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남부지역은 밤에 비가 내리면서 먼저 기온이 내려가겠지만 서울·경기와 강원영서 지역은 이틀 연속 열대야가 나타날
한편, 11일 밤부터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는 국지성 호우가 내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서울·경기·강원영서·전남·전북·경남·제주·서해5도의 예상강수량이 11일밤부터 50∼150㎜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산간과 해안 등 일부 지역은 지형의 영향으로 200㎜ 이상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