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괭이부리마을에 들어설 예정이던 게스트하우스 성격의 ‘쪽방촌 체험관’이 논란 끝에 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
인천시 동구의회 복지환경도시위원회는 13일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구가 제출한 ‘인천시 동구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를 부결했다.
상임위원 5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여 동안 회의를 열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하다”며 관련 조례(안)를 부결했다. 해당 조례(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상임위에서 부결됨에 따라 이날 자동 폐기됐다.
동구의회 의사팀 관계자는 “평소 조례(안) 심사 때보다 오랜 시간 심의를 했다”며 “사실상 만장일치로 부결했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달 중순 ‘인천시 동구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옛 생활 체험관은 타지에서 부모와 함께 동구를 찾은 아이들에게 숙박의 기회를 줘 옛 생활 모습을 경험토록 하는 목적으로 관내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첫 대상지가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쪽방촌인 괭이부리마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 주민들은 “지자체가 가난을 상품화해 쪽방촌과 마을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날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나간 뒤 인터넷상에서도 해당 지자체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날 상임위원회 회의를 참관한 일부 마을 주민은 “조례(안) 부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했다. 만석동 공부방인 ‘기찻길옆작은학교’ 상근교사 임종연(45)씨는 “의회가 언론 보도 후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조례(안)를 부결했다”며 “이번 부결로 끝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행정을 펼친 구는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관광개발팀 관계자는 “조례(안)가 부결됨에 따라 옛 생활 체험관을 운영할 근거가 없어졌다”며 “해당 체험관을 다시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인천 괭이부리마을은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지역이다. 6·25 전쟁 직후부터 낡고 허름한 판잣집이 모여 형성된 국내 대표적인 쪽방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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