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서 여성들이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세요.”
뜻밖에도 성차별의 존재 여부를 묻는 이는 남학생이 아닌, 여학생이었다. 지난 4월 서울 A대학은 총여학생회 존폐논란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급기야 한 여학생이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여학생만으로 구성되는 자치기구인 ‘총여학생회’의 존치 여부를 두고 대학가에서 ‘최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총여학생회는 학내 장학금, 교육 기회 등에서 여학생들의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으나 2010년 이후 상당수 대학에서 빠르게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를 두고 학내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여성비율 증가 등으로 대학 내에서 여학생들이 체감하는 ‘유리천장’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실제 매일경제가 15일 확인한 서울 소재 대학들의 총여학생회 존치 현황을 보면 경희대·숭실대·연세대 정도가 총여학생회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운영됐던 한양대와 동국대 총여학은 올해 회장 입후보자가 없어 공석 상태다. 지난해 동국대 총여학생회 소속이었던 이수지 씨는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끝내 올해 후보를 내지 못했다”며 “총여학생회가 위기상태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경희대 총여학생회의 경우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큰 홍역을 치렀다. 총여학의 존폐를 두고 재학생들 간 6~7차례의 대자보 상 불꽃튀는 설전이 오갔다.
한 대자보에서 “여학우 여러분은 교내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접을 받은 바가 있습니까? 입시 전형, 학점, 교내 활동 등에서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접을 받은 일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폐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마디로 총여학생회가 여성을 ‘약자’로 규정짓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취지였다.
당시 주장은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공감을 일으켰다. 여성들이 실제 체감하는 유리천장은 대학이 아닌, 학교 울타리 밖 사회의 ‘취업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목소리다.
취업준비생 이 모씨(25)는 “중고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남학생들보다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도 많았고 ‘성차별’이라고 할 만한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취업 사회에서는 성별에 따라 잣대가 다르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학교와 사회 사이의 현실 간극에 한숨을 쉬었다.
금혜영 경희대 총여학생회장도 “당시 대자보 사건으로 총여학생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학생들이 스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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