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글로벌 선도대학 원하는가? 인적자원 더 키워라

↑ 23일 서울대 자연대에서 김성근 학장과 리타 콜웰 전 미국과학재단 총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과학실험과 연구를 위한 시설은 세계 최고급 수준이지만 많은 한국학생들이 해외로 ‘포닥’(박사 후 과정)을 하러 떠나고 있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을 이끌었던 리타 콜웰 전 총재의 가감 없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서울대 자연대는 23일 김성근 학장과 생명과학부 해외석학평가를 맡은 콜웰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간 대담을 열고 대학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솔직토크를 이어갔다.
콜웰 교수는 “해외석학평가는 객관적인 평가에 의의를 두고 있다”며 “학생·박사 후 과정·신임교수 등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해 서울대 자연대에 대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먼저 과거와 오늘을 비교하며 그간 자연대가 놀랍게(remarkable) 발전했다고 평했다.
10년전에도 서울대 자연대 해외석학평가위원으로 방한했던 콜웰 교수는 가장 인상적인 발전상으로 시설을 꼽았다. 10년전과 현재를 비교해달라는 김 학장의 요청에 그는 “세계 유수 대학서 볼 수 있는 최신 과학실험장비와 연구시설이 설치돼 몰라보게 발전했다”며 “지난 3년간 3500만 달러 규모의 연구비 지원으로 세계대학순위에 걸맞는 기반을 갖췄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가 세계를 선도하는 리더십은 부족하다는 뼈아픈 지적도 내놓았다. 김 학장은 “10년전 평가결과를 토대로 개선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세계 선도대학이라 말하기에 부족하다”는 말에 콜웰 교수는 “향후 10년을 대비해 인적자원을 더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현재 서울대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로 최고급 인재 3~4명을 교수로 영입하는 ‘클러스터 고용’과 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개방된 ‘융합과학’ 과목 개설 등을 거론했다.
콜웰 교수는 해외를 향한 인재유출 현상도 염려하며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콜웰 교수는 “박사후과정의 경우 많은 한국학생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며 “박사후과정을 가서 연구할 기회를 많이 주거나 다른 대학원생들의 멘토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학생 스스로 찾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임연구진과 젊은 교수들에게 연구시간과 자금을 충분히 지원하고 학문간 경계와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콜웰 교수는 “서울대 자연대의 학생과 연구진을 보면 전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은 충분하다”라며 “다음에 방문할 때는 서울대가 세계 10위권 대학에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대담이 끝난 후 김성근 학장은 “명문대학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그 대학의 과학 분야 경쟁력이다”며 “자연대는 그간 ‘빠른 추종자’(fast-follower) 전략으로 투자금액 대비 효율성이 높았지만 앞으로는 자연대가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를 이끄는 학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오는 9월 최종평가보고서가 완성되는대로 과학분야와 대학의 발전을 위한 일련의 개혁조치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안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