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건에서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별도로 지급하는 ‘성공보수’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법률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4일 절도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의 아들 허 모씨가 “성공보수 1억원은 지나치니 이를 돌려달라”며 변호사 조 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부당이득금 반환)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은 앞으로 무효”라고 선언했다.
‘성공보수’란 형사사건 변호사가 수사와 재판에서 무혐의·불구속·선고유예·집행유예·무죄·감형 등을 조건으로 의뢰인에게서 받기로 약정하는 성과급(인센티브) 개념의 보수로 모든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특히 형사 성공보수는 많게는 수 백억원을 웃도는 등 한도가 없어 판사·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주요 수입원이자 ‘전관예우’ 논란의 핵심 대상으로 지적돼 왔다.
재판부는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돈과 결부시켜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변호사의 공공성을 해치고,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에 따라 앞으로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받기 위해 수사나 재판 담당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고, 의뢰인도 성공보수를 약정함으로써 변호사가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사건 처리 결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그릇된 기대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반세기 넘게 유지돼 온 ‘착수금-성공보수’라는 변호사 보수체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며 “사법불신을 초래하는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근절시키고자 하는 대법원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형사사건을 제외한 민사사건 등에서의 성공보수는 허용되고 형사 성공보수 약정 가운데 변호사가 이미 지급 받은 것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선고된 지난 23일 이후로 체결되는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모두 무효다.
변호사업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 등 변호사 단체와 로펌들은 내부적으로 크게 반발하며 대책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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